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집권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 아프가니스탄 여자 축구 선수들을 위해 국제 축구계가 나섰다.
22일(한국시간) AP에 따르면 국제축구연맹(FIFA)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자 축구 선수들을 탈출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여러 정부에 보냈다. 축구 선수 권리 보호 단체인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도 FIFA의 움직임에 발맞춰 각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FIFpro는 성명을 내고 "탈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많은 선수를 안전한 것으로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여자축구 대표팀은 2007년 창단돼 여자 축구를 싹틔우는데 앞장서왔다. 1996∼2001년 탈레반 통치 시절 소녀들은 교육받지 못했고, 여성들은 남성 보호자의 동행 없이는 외출이나 출근도 하지 못했다. 공공장소에선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를 착용해야 했다.
얼굴을 드러내고 자유롭게 필드위를 뛰어다니는 여자 축구 대표팀의 모습은 소녀들의 용기를 북돋우는 자유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뒤 여자 축구 선수들은 보복을 두려워하며 숨어 지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아프가니스탄 여자축구 대표팀 출범을 주도하고 지금 덴마크에서 살고 있는 칼리다 포팔(34)은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여자가 축구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탈레반이 우리를 죽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아프가니스탄 현지 선수에게서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현 여자 축구 대표 선수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대표팀 트위터 계정을 닫았고, 선수들에게도 소셜 미디어 계정을 없애라고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어 "여성과 소녀들에게 용감해지라고 해왔지만, 이젠 사진을 내리고 소셜 미디어 계정을 없애고 목소리를 내지 말라고 하고 있다. 여성의 인권을 위해 앞장서 왔던 선수들이 지금은 목숨의 위험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FIFA 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며 우려스럽다"면서 "아프가니스탄 축구협회 등 관계자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선수들의 상태를 계속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