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현장에 늦게 도착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현직 소방관이 "정치인들의 재난현장 방문을 최소화해달라"는 글을 게재해 눈길을 끈다.
지난 20일 한 소방관은 익명 게시판에 '재난현장 정치인 방문에 대하여'란 글을 게재하고 이같이 말했다.
글쓴이는 "재난현장에 정치인들이 방문하는 것이 현장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지금 언론에서 (이재명) 도지사가 쿠팡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비판이 많은데 저는 반대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재난현장에는 단장, 서장, 본부장을 비롯해 재난현장을 잘 아는 직원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방문하면 의전을 비롯해 사진 촬영 등으로 우리 직원들이 현장활동하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광구 철거 건물 붕괴사고를 예로 들며 "정치인들이 방문해 기념 촬영하고 갑질로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글쓴이는 "정치인들은 불필요한 재난현장 방문보다 우리 직원들의 사고 시 처우를 어떻게 해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쿠팡 화재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 직원 순직사고에 대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는데 또 언론에서 쿠팡 얘기가 나오니 떠올리기 싫은 현장이 생각난다"고 토로했다.
글쓴이는 "제발 정치인들의 재난현장 방문을 최소화해 주시고 소방공무원들이 재난현장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6월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와 '먹방'을 촬영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받았다.
이 지사는 21일 "당시 경남 창원에서 실시간 상황 보고를 받고 대응 조치 중 밤늦게 현장 지휘가 필요하다고 판단, 다음날 고성군 일정을 취소하고 새벽 1시 반경 사고 현장을 찾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더 빨리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며 "앞으로 권한과 책임을 맡긴 경기도민을 더 존중하며 더 낮은 자세로 더 성실하게 섬기겠다"고 사과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