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인 찾는 한국미니스톱

입력 2021-08-22 17:41
수정 2021-08-23 01:25
한국미니스톱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본미니스톱을 통해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보유 중인 일본 이온그룹은 최근 한국미니스톱 매각을 결정하고 미즈호증권을 매각자문사로 선정했다. 일본계 IB인 미즈호증권은 한국미니스톱의 매각 작업 전반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스톱은 국내에 약 2600개 매장을 두고 있다. 이마트24에 이어 국내 편의점 점유율 5위 회사다. 2018년에도 매물로 나왔지만 매각이 성사되지 못했다.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유통그룹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가 마지막까지 경합했다. 당시 매각가는 4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됐는데, 이온그룹은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매각을 백지화했다.

유통업계에선 안정적인 편의점업계 ‘빅3’ 지위를 굳히려는 롯데(세븐일레븐)와 4위 신세계(이마트24)가 이번 M&A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매물로 나온 미니스톱, 롯데·신세계 입찰 예상
매각가 4000억 안팎 추정이온그룹이 3년 만에 한국미니스톱 매각을 다시 추진하는 배경엔 한국미니스톱의 실적 부진이 있다. 국내 편의점 시장은 포화 상태에 가까운 데다 최근 코로나19 영향까지 겹치면서 한국미니스톱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한국미니스톱 매출은 2018년 1조1636억원에서 지난해 1조794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영업이익도 46억원에서 143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적자를 기록한 건 감사보고서가 공개돼 확인이 가능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이러는 사이 경쟁 편의점 브랜드들은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편의점 점포 수는 CU가 1만4923개로 가장 많고 △GS25 1만4688개 △세븐일레븐 1만486개 △이마트24 5301개 △미니스톱 2607개 등의 순이다. 미니스톱은 2017년까지 이마트보다 점포 수를 많이 보유하며 4위였으나 이마트가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면서 순위가 바뀌었고, 지금은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다른 경쟁사들이 점포를 확대하는 등 공격 경영에 나선 데다 2019년엔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 브랜드로 알려진 미니스톱 입지도 줄었다”며 “코로나19 장기화 등까지 겹치며 이온그룹이 한국미니스톱 정리에 나선 것 같다”고 했다.

한국미니스톱이 매물로 나오면서 누가 인수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일단 3년 전 매각 당시 관심을 보였던 롯데와 신세계그룹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롯데는 세븐일레븐, 신세계는 이마트24 등의 편의점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합병(M&A)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미니스톱을 품을 경우 GS25를 바짝 뒤쫓는 상위 3개사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며 “이마트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롯데를 바짝 뒤쫓는 ‘빅4’ 업체로 재탄생할 수 있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온그룹은 공개경쟁입찰보다 국내 주요 유통그룹을 대상으로 제한적 경쟁입찰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공개 매각 과정에서 가맹점주 반발 등 잡음이 나온 점도 이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다만 2018년과 달리 인수 후보들의 편의점 사업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여러 M&A를 검토하고 있지만 최우선순위는 ‘롯데온’의 정상화 등 온라인 부문 강화다. 이마트도 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인수 등 잇따른 M&A를 단행하면서 재무 여력이 크지 않다.

미니스톱 측은 매각에 대해 부인했다. 한국미니스톱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사가 일본 측에 확인한 결과, 이온그룹이 한국미니스톱 매각을 추진한다는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차준호/박동휘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