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가 지난 주말 발표한 ‘노동 현장의 법치주의 확립’ 공약은 ‘퍼주기’로 치닫는 퇴행적 대선판에서 모처럼 청량감을 안겼다. 최 후보는 “노조가 법 위에 군림하고 치외법권으로 인식되는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희숙, 홍준표 등 국민의힘 다른 주자들도 비슷한 공약을 내놓았다. 윤 후보는 “귀족노조의 독점구조와 기득권을 해체하겠다”고 했다. 홍 후보 역시 “긴급명령을 발동해서라도 강성 귀족노조의 패악을 막겠다”며 노동개혁 의지를 밝혔다.
민주노총이 법과 공권력마저 무시하는 마당에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로서는 너무 당연한 공약이다. 구속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특권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장면을 연출한 게 바로 엊그제다. 정부가 거대 노조 집회는 살살 달래고, 시민의 의사 표현은 ‘재인산성’을 쌓아 원천봉쇄하는 기막힌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만큼 공감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거대 여당은 “노조가 없으면 노동자가 더 어려워진다”며 반박하지만 흑백논리에 기초한 궁색한 변명이다. 10% 귀족노조가 아니라 90%의 비(非)노조 근로자를 위해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노조 죽이기’일 수는 없다. 거대 노조와 특정 정치집단 간 ‘노정(勞政) 유착’ 방지는 오히려 나라 미래를 위한 ‘노조 개혁’이자 ‘노조 제자리 찾아주기’일 뿐이다.
지금 대선판에선 상당수 야당 주자들까지 대중의 환심을 사는 ‘퍼주기’에 치중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누구보다 화끈하게 돈을 뿌릴 테니 지지해 달라는 ‘무상 포퓰리즘’ 공약 홍수다. 그런 공약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은 대선 주자도, 듣는 국민도 잘 안다. 하지만 당장 내 주머니에 얼마간 돈이 들어오고, 표가 되니 짐짓 모르는 척 눈감는 듯하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면 ‘허경영도 웃고 갈 황당 공약’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겠나.
노동개혁 외에도 국가 리더가 되려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국정 현안이 수두룩하다. 꼬일 대로 꼬인 부동산 파동을 시장 중심 정책으로 정상화시키는 것을 비롯해 훼손된 성장잠재력 복구, 비대한 공공 부문 효율화, ‘발등의 불’인 연금개혁도 절실하다. 그런데도 앙상한 이념과 정치공학에 기반한 온정적 공약만 난무한다. 오늘만 살고 말 것처럼 거위의 배를 가르고, 빚더미를 후대로 떠넘긴다면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