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동학개미’는 80조968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30조7270억원)과 기관(44조2940억원)이 팔아치운 주식을 다 받아냈다. 코스피지수는 5개월여 만에 3060선으로 내려앉았지만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는 여전하다. 지난해 낙폭이 컸던 장에서 공포를 이기고 수익을 낸 경험 때문이다.
최근 주가 급락에도 순매수는 이어지고 있다. 향후 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미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반도체 투자심리 악화, 국내 기업 실적 피크아웃(고점 통과), 코로나19 확산 등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가 산더미인 만큼 소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저점 매수 기회라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추가 매수 적절치 않아”단기적으로 지금은 증시 바닥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반기 코스피지수 예상 하단에 대한 의견을 낸 네 명 모두 2900~3000선을 제시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미국 일부 지역의 실업수당 지급이 종료되고,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미국 7월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1.1% 감소하는 등 시장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며 “한국의 수출 증가율도 하반기 들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추가 매수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안정환 BNK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외국인의 ‘셀코리아’도 문제지만 주가가 크게 오른 뒤 대형주 실적에 대한 피크아웃 우려 때문에 지수가 주춤하고 있다”며 “무조건 싸게 사는 게 능사는 아닌 시기”라고 말했다.
주식 비중은 줄이고 현금 비중을 높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각종 악재로 하반기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긴축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외국인 매도세도 잦아들지 않을 하반기 시장에 대해 자신이 없는 투자자는 기술적으로 주식 비중을 축소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안 CIO도 “주식 비중을 현재의 5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이 저점 매수 기회?반면 지금이 적절한 매수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총괄본부장은 “지금부터 테이퍼링이 공식화되기 전까지가 저점 매수 기간”이라며 “테이퍼링 공식화 이후엔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들어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증시 변동성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도 “주가는 많이 낮아진 반면 기업 실적은 양호한 상황”이라며 매수를 추천했다. 주식 비중을 줄이기에는 이미 늦었고, 실적이 좋은 기업 위주로 사들일 때라는 의미다.
장기 투자자라면 2~3년 뒤 좋은 가격에 매도해 수익을 낼 만한 싼 종목에 투자할 시기라는 주장도 있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상무는 “국내 기업 경쟁력이 굳건한 상황에서 거시경제 문제로 증시가 하락하는 건 보통 매수 기회인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박선영 스팍스운용 CIO도 “SK하이닉스의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배에 불과하다”며 “저평가돼 있는 좋은 기업을 발굴할 시기”라고 말했다. “필수 소비재가 안전한 선택”하반기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을 빼지 않을 투자자라면 ‘안전한 종목’에 투자하라는 조언이 다수였다. 특히 음식료 등 필수 소비재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다. 조 전문위원은 “하반기 경기가 한풀 꺾여도 실적에 영향을 받지 않을 필수 소비재 등 경기방어주가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도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강화 기간 때보다 올해 소비심리가 크게 꺾이지 않은 것이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종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오 센터장은 “지수가 3100선까지 떨어진 시점에선 낙폭 과대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는 시간이 해결해줄 이슈인 데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신흥국 자동차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시기에 수혜를 볼 수 있는 금융주, 고배당주 등도 추천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성장주, 중소형 테크주 등은 하반기 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안 CIO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글로벌 유동성이 몰리면서 주가가 오른 종목은 지수가 조정받을 때 함께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유동성 쏠림이 지나쳤던 종목을 유의하라”고 말했다.
심성미/박의명/설지연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