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부품 업체 라온텍이 AR·VR 기기 핵심 부품인 ‘광학 모듈’ 국산화에 성공했다. AR·VR 기기 개발의 걸림돌이었던 부품 수급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라온텍은 풀HD 해상도 마이크로디스플레이를 내장한 광학 모듈 F2와 F2-C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F2는 AR 기기, F2-C는 VR 기기용 광학 모듈이다. 한국에서 상용화 수준의 광학 모듈이 개발된 건 처음이다.
광학 모듈은 AR·VR 기기에서 영상 신호를 사람이 인지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핵심 부품이다. 한국엔 광학 모듈을 개발, 양산할 수 있는 업체가 없어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다. 해외에도 광학 모듈 공급 업체가 10곳 미만이고 가격도 비싸 국내 기업의 부품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다.
김보은 라온텍 대표는 “F2와 F2-C 양산 체계를 갖췄고 가격도 외국 기업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계획”이라며 “국내 AR·VR 개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R·VR 기기는 최근 각광받는 메타버스산업의 주요한 축으로 꼽힌다. 현실처럼 몰입감 있는 가상세계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대중화와 거리가 있다. AR·VR 하드웨어가 무겁고 두껍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라온텍의 광학 모듈은 AR·VR 기기의 소형화, 경량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온텍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한 광학 모듈은 무게 12g, 렌즈 두께 11㎜ 등 초소형으로 개발돼 작고 가벼운 AR·VR 기기 구현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의 일반 소비자용 AR 기기로 주목받았던 중국 엔리얼사의 AR 글래스는 내장 광학 모듈 두께가 25㎜였다. 라온텍 부품 두께는 이의 절반 이하다. F2와 F2-C는 시력 보정용 렌즈를 추가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해 안경 착용자의 편의성도 높였다.
회사는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1 IMID(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 F2와 F2-C를 선보이고 본격적인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라온텍은 10년 넘게 AR·VR 부품 기술 개발에 주력해온 회사다. 광학 모듈에 들어가는 마이크로디스플레이 패널은 세계 주요 기업에 공급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기능을 하는 AR 안경, 휴대성이 뛰어난 VR 기기 등이 개발되면 AR·VR 기기가 대중화되고 관련 부품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