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컵 냉수 만드는 얼음정수기, 100㎡(30평) 전용 공기청정기…. 최근 생활가전업체들이 출시한 신제품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정수기·공기청정기 시장에서 새 길을 찾기 위해 사이즈 다각화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부쩍 늘었다. 특히 단가가 높은 대용량 제품 경쟁이 치열하다.
22일 생활가전업계에 따르면 SK매직이 이달 초 내놓은 국내 최대 용량의 ‘스탠드형 직수 얼음정수기’(사진)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6.5L(약 51컵) 냉수를 연속으로 추출하며, 얼음은 하루 최대 720개를 생산하는 제품이다. 온수는 3.5L(약 30컵)를 연속 출수할 수 있다. 청호나이스도 지난 6월 하루 제빙량이 50㎏에 달하는 ‘청호 직수 얼음정수기 세니타 슈퍼’를 내놓았다.
생활가전업계에서 대용량 제품 확대에 나선 건 기업 고객을 확보하는 동시에 판매량 대비 높은 매출을 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매직 관계자는 “대용량 제품의 주요 소비자는 일반 가정집이 아니라 기업·단체”라며 “단가가 높아 보다 효율적으로 매출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기청정기에도 대용량 바람이 불었다. 교원웰스가 지난 2월 선보인 ‘웰스 공기청정기 토네이도’는 지난 17일까지 판매량 2만 대를 돌파했다. 기존에 주류를 이루던 66㎡형 공기청정기에서 벗어나 더 넓은 공간을 청정하는 100㎡형 제품이다. 코웨이 역시 5월부터 100㎡형 공기청정기인 ‘노블 공기청정기’를 판매 중이다. 웰스 관계자는 “공기청정기의 청정면적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전자레인지 역시 지속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쿠쿠가 2월 내놓은 23L 전자레인지는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3~6월 쿠쿠의 전체 전자레인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배 늘었다. SK매직도 지난달 27일 같은 용량의 전자레인지를 출시한 뒤 한동안 전체 전자레인지 판매량이 이전보다 하루 40%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불 없는 조리기기’로 불리는 에어프라이어, 인덕션도 꾸준히 대형화하고 있다. 쿠쿠는 올 들어 5.5L, 4.7L 에어프라이어를 연달아 선보이며 상반기 전체 에어프라이어 판매량을 전년 하반기보다 3배 끌어올렸다. 쿠첸은 지난달 세 가지 조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3구 인덕션 3.0 플렉스’를 출시한 뒤 당월 전체 3구 전기레인지 판매량이 전월보다 44% 늘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