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일 1.20% 하락한 3060.5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장기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3051.60)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2.35% 내린 967.90에 마감해 200일 이평선(968.88) 밑으로 빠졌다. 200일 이평선은 전문가들이 조정장의 하방 지지선으로 예상했던 지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조정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급격한 조정이었던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하락장을 이끈 건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568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9거래일간 순매도액은 7조9287억원이다. 특별한 업종 구분 없이 무차별적으로 순매도가 이뤄졌다.
코스피지수가 200일 이평선 근처까지 떨어진 건 코로나19 사태로 급락이 시작됐던 지난해 2월 말 이후 처음이다. 장기 추세선인 200일 이평선을 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갈린다. 경기침체나 주식시장을 흔들 만한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는 추세적인 하락장의 신호로 읽힐 수 있다. 2010년 이후 S&P500지수가 200일 이평선을 밑돈 채 쉽게 회복하지 못했던 건 미국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2011년과 중국 금융시장이 요동친 2016년 초였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이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있지 않다. 테이퍼링(유동성 축소)과 재화 소비 감소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200일 이평선을 추세 하락장의 시작보다는 조정의 지지선으로 해석하고 있는 이유다.
다만 단기간에 200일 이평선을 다시 웃돌며 상승 반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시장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이벤트가 아직 8월 중에 여럿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26일(현지시간) 시작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잭슨홀 미팅에 관심이 쏠린다.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과 관련한 구체적 논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 결과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돌아오는 업종을 중심으로 반등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그보다 앞서 볼 지표도 있다. 23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 8월 마킷 제조업PMI와 27일 발표되는 미국 8월 개인소비지출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에서 경기회복 속도 둔화 흐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뿐 아니라 경기회복 둔화를 반영하는 지표도 눈여겨봐야 한다”며 “지금의 조정은 테이퍼링뿐 아니라 경기둔화 우려가 겹쳐서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