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34조원 車할부금융 시장 공략 '가속'

입력 2021-08-20 17:30
수정 2021-08-21 01:03
34조원 규모의 자동차금융 시장이 ‘텃밭’인 캐피털업계는 요즘 신용카드회사라는 강력한 도전자의 등장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카드사들이 할부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리며 캐피탈사의 텃밭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잇단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전통적인 수익원(신용판매)이 위축된 카드사들이 수익 다각화를 추구하면서 2금융권 내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사 車금융 자산 17% ↑ 2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6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전년 동기(7조6996억원) 대비 17% 늘어난 9조11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자동차 할부금융의 ‘터줏대감’인 현대캐피탈 자산은 14조1699억원에서 14조6840억원으로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캐피털사에 비해 자기자본이나 자산이 많아 조달금리가 낮은 카드사들은 할부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그랜저를 현금 구매 비율 30%, 60개월 할부로 구매한다고 가정할 때 삼성카드가 연 2.3%의 가장 낮은 할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롯데·우리카드(연 2.8%), 하나카드(연 2.9%) 등도 연 2%대 최저 금리 상품을 팔고 있다. 캐피털사들의 할부금리는 연 3%를 웃돈다.

그러자 현대캐피탈은 지난 6월 신차 최저 할부금리를 기존 연 3.4%에서 연 2.7%로 0.7%포인트 전격 인하하며 맞불을 놨다. 업계에선 현대캐피탈이 연 2%대 초반까지 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드사들은 캐시백 혜택을 내걸고 소비자가 신차 구입 시 선수금 비율을 늘려 카드로 결제하도록 하는 신용카드 연계 프로모션도 펼치고 있다. 캐피털업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자동차 딜러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최근 오프라인 영업점도 늘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동차금융 시장 규모는 약 34조원이다.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카드사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현대캐피탈과 벤츠파이낸셜, RCI파이낸셜(르노삼성) 등 전속 자동차 회사가 있는 곳을 제외한 중소형 캐피털사들은 신차 금융 시장에서 밀려나는 분위기다. 이들은 대신 기업금융이나 중고차 시장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카드업계 내전 가속화카드업계에선 ‘내전’도 벌어지고 있다. 비씨카드는 자체 결제망이 없는 카드사나 은행 등에 결제망을 제공하며 수수료를 받는 업무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비씨카드의 회원사 중 덩치가 가장 큰 우리카드가 지난달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하고 독자 결제망 구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우리카드까지 독자 결제망을 갖추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모두 자체 망을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KB국민카드는 6월 비씨카드의 고객이던 전북은행을 자체 결제망 회원으로 유치하기도 했다. 그러자 비씨카드는 최근 ‘블랙핑크 카드’와 ‘케이뱅크 심플카드’ 등 자체 카드를 잇달아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동안 자제해온 신용판매 사업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의미다.

2금융권에서 이런 ‘영역 침범’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업체의 시장 잠식 등으로 신용판매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생존을 위해 ‘남의 텃밭’이라도 돈이 될 만한 사업에 적극 뛰어들면서 2금융권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