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박용진 의원(사진)이 “개혁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여당의 강행 처리를 문제 삼았다. 언론중재법을 향한 당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견강부회”라고 일축하며 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박 의원은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언론재갈법’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이 법안에 대해 “보수 매체가 못마땅해서 이 법에 찬성한다는 분이 있다면 뒤집어 생각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위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그래 잘 걸렸어’라면서 이 법으로 소송을 건다고 하면 기자도, 데스크도, 회사도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며 “언론의 감시와 견제, 비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좋은 의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통과시켰는데, 공수처의 첫 번째 수사 대상이 (여권 인사인) 조희연 서울교육감이라고 해서 다들 ‘멘붕’이었던 기억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 주자들 중 언론중재법에 비판적 입장을 낸 것은 박 의원이 처음이다. 그는 여당의 입법 속도전에 대해서도 “야당에 상임위원회를 돌려주자고 했으면서 돌려주기 전에 일을 다 처리하자는 것은 모순된다”고 했다.
박 의원 외에 다른 여당 주자들은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여론을 지켜보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만 이날 “언론에 대한 불신이 매우 높은데 언론의 자유는 신장됐다. 불균형 상태를 벗어나는 게 언론의 미래를 위해 낫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강행 처리 의사를 재확인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당 회의에서 “야당과 일부 언론이 언론중재법에 ‘언론재갈법’ 프레임을 씌우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서 정치 권력(선출직 공무원), 경제 권력(대기업)을 제외했는데 무슨 재갈 물리기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야당은 무턱대고 반대할 것이 아니다. 평생 야당만 할 생각인가”라고 했다. 이에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언론중재법 개정이 집권 세력 수호를 위한 방패였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마치 탈레반처럼 점령군이 돼 완장을 차고 우리나라 근본을 통째로 뒤집어왔다”며 “헌법 재판을 동원하고 국민 여론에도 호소하겠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