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올 상반기 최고재무책임자(CFO) 급여 순위에서 나란히 1,2등을 차지했다. 두 회사는 정보기술(IT)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텐츠 산업과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3~5위는 삼성그룹을 비롯해 국내 재계순위 상위권 그룹의 CFO들이 차지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의 CFO가 나란히 순위에 포함됐다. 고액 연봉을 받은 CFO들은 대체로 활발하게 기업 인수합병(M&A)을 벌이는 곳에서 안살림을 맡아 자금을 조달하고 재무 안정화 전략을 세우는 등의 역할로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연봉 CFO의 비결은 M&A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가 시가총액 상위 30위까지의 코스피 상장기업의 CFO들의 올해 상반기 보수를 집계한 결과 카카오의 배재현 수석부사장이 81억700만원을 수령해 가장 많은 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톡옵션을 행사해 76억5200만원을 벌어들인 덕분이다. 상반기 급여 1억5000만원과 상여 3억500만원도 받았다. 배 부사장은 카카오의 인수합병(M&A)을 이끄는 최고투자책임자(CIO) 역할도 겸하고 있다. 올들어 해외 콘텐츠 플랫폼 타파스 래디쉬를 포함한 국내외 게임·소프트웨어 개발사, 출판인쇄 기업 등의 동시 다발적 인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CJ 그룹 출신인 배 부사장은 2016년 카카오에 합류해 국내 최대 음원 서비스 멜론 인수 작업을 맡았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TPG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참여 등 굵직한 투자유치 성과도 냈다.
네이버의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는 급여와 상여로 15억2300만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순수 급여 4억5000만원과 상여 10억7000만원 등을 받아, 스톡옵션을 제외하면 연봉 1위 CFO로 볼 수도 있다. 박 CFO는 삼성SDS 출신으로 1999년부터 네이버의 전신인 NHN의 경영관리팀장을 맡은 사실상 개국공신이다. 줄곧 재무 파트를 맡아왔고 2016년부터 지금까지 네이버의 경영관리와 투자자홍보(IR)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네이버의 기업 인수합병 역시 사실상 좌지우지한다.
SK㈜의 이성형 재무부문장은 13억700만원으로 3위에 올랐다. M&A로 성장했고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SK그룹의 투자 업무에 관여해 재무관련 이슈를 조율하고 총괄한다. 이 부문장은 2013년 SK㈜에서 재무팀 임원으로 승진한 뒤 SK텔레콤 재무관리실장을 거쳐 SK㈜로 돌아와 그룹 재무를 책임지고 있다.
삼성전자 '덩치에 걸맞는 연봉'
한국 증시 부동의 시가총액 1위기업 삼성전자의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상반기 11억9400만원의 보수를 받아 4위에 올랐다. 연결기준 총자산 384조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의 재무를 책임지고 있다. 매년 벌어들이는 조 단위 순이익 덕분에 시장 자금조달은 하지 않지만 전세계에 걸친 다양한 사업영역 관리를 총괄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최 사장은 1987년 입사한 35년차 삼성맨으로 삼성전자 국내외 법인의 재무관리를 맡아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LG전자 배두용 부사장(CFO)은 7억3100만원으로 삼성전자에 이어 5위에 올랐다. 구광모 회장 체제로 전환한 LG그룹에서 지난해부터 CFO의 중책을 맡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급락한 가운데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 건전화 작업을 수행했다. 지난해 전사 매출 63조2620억, 영업이익 3조1949억원으로 영업이익률 5%를 달성하는 데 기여한 점을 고려해 책정된 급여다. 배 부사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국세청에 근무하다 2005년 LG에 합류한 뒤 세무통상, 해외법인관리, 유럽경영관리 등을 맡아왔다.
한편 연봉이 공시되지 않아 순위에선 빠졌지만 증시에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 순위 20위권 내에 안착한 크래프톤의 배동근 CFO 역시 았으나 적지 않은 금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스톡옵션으로도 1만주를 받았다. 2023년부터 행사할 수 있고, 행사가격이 19만원에 불과해 현재 49만원대인 주가가 유지된다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지난해 상반기 연봉 1위 CFO 윤재수 엔씨소프트 부사장은 올해초 회사를 떠나면서 순위에서 빠졌다. 퇴직급여 15억7200만원을 포함해 총 17억4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물러난 LG전자 정도현 전 사장(CFO)은 퇴직금 50억8800만원 포함해 총 55억2800만원을 받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