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전화여론조사 응답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을 하자 "조사 대상이 아니다"는 답변과 함께 조사가 중단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선관위)는 20일 해당 동영상이 여론조사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진위 등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의 실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한 응답자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녹음된 질문에 대해 4번 '매우 잘못하고 있다'를 누른다.
이후 질문은 지지하는 정당으로 넘어갔고, 응답자는 국민의힘을 지칭하는 2번을 누른다. 그러자 돌연 "죄송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번 여론조사의 조사 대상이 아니므로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거듭 죄송합니다"라는 음성이 나오면서 통화가 중단된다.
이 영상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멘트가 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신의 SNS에 이 영상을 공유한 한 네티즌은 "이렇게 노골적이고 편향적인 여론조사로 도출된 대통령과 정당의 지지율이 얼마나 정확할지 의문"이라며 "이게 사실이라면 여론 조작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 여론조사가 어느 기관에서 진행한 것인지 등 정보는 영상에 담기지 않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영상 길이가 너무 짧아 (현재 상태로는) 어느 조사 기관인지 바로 특정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그동안 비슷하게 조사를 했던 기관이 있었는지, 있다면 그 기관에서 실제로 해당 동영상과 유사하게 조사를 한 적이 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정당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일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확인해 볼 방침"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자체 조사 결과로 해당 동영상의 진위 등을 확인하지 못할 경우 수사 당국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에서 급락했던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일주일 만에 40%대를 회복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에서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살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평가 응답이 전주보다 4%포인트 상승한 40%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1%포인트 떨어진 52%로 조사됐다. '어느 쪽도 아니다'라고 응답한 유보층은 3%, 모름·응답 거절 비율은 5%로 집계됐다.
이미나/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