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안 하면 가족이 죽는다"…탈레반, 미군·나토 협력자 색출

입력 2021-08-20 08:34
수정 2021-08-20 08:48

탈레반이 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미군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군 협력자들에 대한 수색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엔에 위협 평가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노르웨이 국제분석센터가 최근 작성한 기밀문서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 군, 경찰, 정보부대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이들을 대상으로 수색하고 있다.

탈레반 무장세력은 카불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서 개인을 검문하고 있으며 '우선 순위 목록'에 오른 이들의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크리스찬 넬레만 노르웨이 국제분석센터 국장은 "탈레반은 자수하지 않은 색출 대상자들의 가족들을 겨냥해 샤리아 법(sharia law,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들의 가족을 처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넬레만 국장은 미국과 나토 병력에 협력했던 아프간인들 모두 고문과 처형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했다. 또한 탈레반이 아프간에 남아있는 서양인이나 의료 종사자들을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탈레반은 새 정부와 협력할 새로운 정보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이슬람 사원과 환전업자 등을 접촉, 색출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샤리아 법' 뭐길래
샤리아는 '물을 향하는 분명하고 잘 다져진 길'을 뜻하는 이슬람의 법률 제도를 뜻한다. 범죄를 중범죄 하드(hadd)와 재판관이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타지르(tazir)로 나누고 하드에 해당하는 경우 손목 절단 등 중형이 내려진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1996~2001년) 때 샤리아법을 앞세워 사회를 엄격히 통제했다.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등 공개 처형도 허용됐다. 여성에는 외출, 취업, 교육 등에 제한이 가해졌고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여성 인권을 존중한다고 약속했지만, 대원들의 행동은 그렇지 못했다. 카불 시내 미용실, 백화점의 여성 모델이 등장한 광고판은 검게 칠해졌다. 이에 아프간 여성들은 부르카를 다시 입고 외출을 삼가고 있다.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진 여성의 사진도 공개됐다.

아프간 국민들은 지난 20년간 서양 문화에 익숙해졌다. 이에 탈레반이 과거처럼 샤리아 법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대부분 쉽게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탈레반 대원들의 폭력과 위협이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카불의 여성들은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