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집안싸움'에 거리두는 尹…'대표·후보 연석회의' 꺼낸 崔

입력 2021-08-19 18:00
수정 2021-08-20 00:53

국민의힘 내 갈등이 ‘막장 드라마’ 수준으로 치닫는 와중에 야권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중동’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간 갈등의 ‘주인공’ 격이지만, 오히려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관련 발언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내전’에 참여하지 않고 정책·중도 행보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19일에도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지난 1주일 사이 공개 행보는 광복절 행사와 김대중 대통령 12주기 묘역 참배 행사 말고는 없었다. 정치인으로서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행사를 제외한 다른 공개적 정치 행보는 전혀 없었던 셈이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정쟁’에 발을 담그는 모습을 피하기 위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기보다는 자신이 내세운 중도 확장 행보, 정책 구상 등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중도적 인사들을 직접 만나거나 영입하는 등 중도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또 비공개로 외부 자문단을 만나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전날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았던 송하준 경희대 교수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출신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을 영입했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어쨌든 이제는 정치인이고 대선 후보인데, 갈등 해결보다는 피하려고 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대통령 후보로서 갈등 조정자 역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고한 정책 행보도 미뤄지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당초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등 정책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늦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25일 예정된 비전 발표회에서 ‘윤석열표’ 정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그사이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원 전 지사는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을 향해 “반사이익을 노리면서 갈등을 즐기는 굉장히 비겁한 행동을 보였다”고 직격했다. 자신에게 사퇴를 요구한 하태경 의원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윤 전 총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유출했을 때는 아무 소리 안 하다가, 이번엔 극단적 용어를 동원해서 비판했는데, 선택적 잣대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당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들이 모두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눈물이 끊이지 않는다”며 “당의 단합과 민생대책 수립, 그리고 정권교체를 다짐하는 연석회의를 열 것을 강력하게 제안한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과 홍 의원은 경제 행보에 집중했다. 유 전 의원은 삼성전자 경기 평택 캠퍼스를 방문해 자신의 공약인 ‘디지털혁신인재 100만 양병 육성’을 언급하면서 “우리 경제가 추락하는 추세를 멈추고 반등하는 핵심은 인재에 있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충북 청주 오송 바이오 단지를 찾아 “집권하면 청주 오송을 집중 지원해 세계 최첨단 바이오복합단지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