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개선'하라고 7300억 줬더니…교무실 책·걸상 교체에만 1000억

입력 2021-08-19 17:54
수정 2021-08-27 20:10

서울교육청이 학교 교무실 캐비닛과 학급 책상, 걸상 교체 등 학교 시설 개선에 5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붓기로 했다.

서울교육청은 19일 2학기 학사운영 계획과 함께 7344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이 심각해지면서 전면 등교를 포함한 등교수업 확대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추경을 편성하는 등 행·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예산은 지난달 정부의 2차 추경안이 통과되면서 증액 편성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6조3658억원 중 서울시에 할당된 돈이다. “예산이 넘쳐나는 교육청에 또다시 많은 돈을 지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예산과장 회의를 열고 “추경 증액분을 과밀학급 해소와 방역 강화 등에 활용해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이 공개한 추경 집행 계획에 따르면 예산의 약 3분의 2가 학교 시설 공사에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은 우선 학교 환경 전환을 위해 1940억원을 편성했다. 세부적으로는 교무실과 행정실의 책상, 의자, 캐비닛 교체 등에 997억원을 쓴다. 노후 책걸상, 사물함 교체에도 637억원을 쓴다.

서울교육청은 이 외에 교육 시설 환경개선기금이란 명목으로 2800억원을 적립할 계획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냉난방기 교체, 그린스마트스쿨 등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역 지원과 학습 결손 회복에는 전체 예산의 5.6%에 불과한 414억원을 편성했다. 세부적으로는 인력 확충·물품 구매·시설 소독 등에 300억원, 급식 방역과 학교운동부 방역 등에 114억원이 할당됐다.

조 교육감은 이날 2학기 전면 등교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교육청이 발표한 등교 방안에 따르면 다음달 6일 이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때도 고등학교는 전원,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전교생의 3분의 2까지 등교할 수 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2학년, 장애 학생, 고등학교 3학년, 돌봄교실 이용 학생, 기초학력·정서 지원 학생, 중도 입국 학생은 밀집도 기준에서 제외돼 거리두기와 관계없이 매일 등교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는 등 탄력적 학사 운영을 도입해 전면 등교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