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배 갈라보니 흰 가루가…'마약 경유지' 된 한국

입력 2021-08-19 17:18
수정 2021-08-19 17:34
올 상반기 국제우편(EMS) 등을 통한 국내 마약 밀반입 건수가 전년 대비 28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마약 조직이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해 다시 외국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한국을 ‘마약 경유지’로 만드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19일 ‘해외 연계 마약범죄 위협 증가’라는 주제로 국제범죄 위험 알리미 제2호를 공개하고 “코로나19로 인해 EMS와 특송화물을 통한 소규모 마약 밀반입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 상반기 EMS와 특송화물을 통한 마약 밀반입은 60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8건과 비교해 283% 늘었다. 밀반입된 마약 중량도 올 상반기 127.5㎏으로 전년대비 286% 늘었다.

마약 밀반입 수법도 인형·땅콩·청바지 등에 마약을 은닉하는 등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통조림 속 대마초를 은닉한 일당과 지난해 11월 청바지 내에 필로폰을 밀반입하던 일당이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1월 호주에서는 양 모양 인형의 배 속에 필로폰을 숨겨 밀반입한 사례가 있었고, 지난 6월 미국에서는 땅콩 속에 교묘하게 필로폰을 숨겨 밀반입한 사례도 있었다.

국제 마약 조직들이 한국을 ‘마약 경유지’로 활용하는 사례도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부산항을 경유해 일본으로 향하던 선박의 냉동 컨테이너에서는 47.4㎏에 달하는 코카인이 적발됐고, 2018년 8월에는 태국발 화물에서 역대 최대규모인 112㎏에 달하는 필로폰이 적발된 바 있다. 국정원은 “마약 경유지화에 따른 마약 밀반입량도 대량화되고 있다”며 “경찰은 물론 관세청 등 유관기관과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고 해외 연계 마약 조직 색출을 위해 국제 정보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30대 이하 마약사범의 비율은 지난해 51.6%로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SNS와 다크웹 등을 활용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며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층이 마약 범죄에 더 쉽게 노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원은 “SNS와 다크웹을 통한 신종 마약 유통 수법을 차단하기 위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며 “마약 유통 등 의심 사례를 발견할 경우 111 콜센터로 즉시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무역화물 운송·보관을 의뢰하면서 통상의 비용보다 훨씬 큰 액수를 제시할 경우 마약 범죄 연루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며 “다른 사람의 물건을 해외에서 국내로 운반하거나 택배 물품 등을 대신 받아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