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이 올해 안에 자산매입 프로그램 규모 축소(테이퍼링)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도 급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넉달여만에 3100선이, 코스닥은 1000선이 각각 붕괴됐다.
19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61.100포인트(1.93%) 하락한 3097.83에, 코스닥은 29.93포인트(2.93%) 급락한 991.15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까지만 해도 낙폭은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 우려에 비해 시장 충격은 크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8.92포인트 낮은 3140.01에 거래를 시작한 뒤 낙폭 축소를 시도하며 보합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오전 10시45분께부터 지수가 흘러내리기 시작하며 낙폭을 1.5%대까지 키웠고, 장 막판 더 빠지며 3100선마저 내주고 말았다.
기관과 외국인이 하락을 주도했다. 두 주체는 코스피에서 각각 4160억원 어치와 3289억원 어치를 팔았다. 개인이 홀로 8008억원 어치를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 매매는 1260억원 매도 우위였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91억원 어치와 1021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2655억원 어치를 샀다.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는 간밤 공개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였다. FOMC 의사록에에 따르면 대부분의 참가자는 "앞으로 경제가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발전할 경우 위원회의 '실질적인 추가진전' 기준이 충족되는 것으로 봤기 때문에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테이퍼링의 전제조건인 고용시장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판단은 엇갈렸다. 향후 몇 달 안에 자산매입 축소가 가능할 정도로 고용이 회복될 것이란 의견과 고용시장 회복이 아직 충분하지 않아 테이퍼링을 내년 초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왔다.
FOMC 의사록 발표 직전에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마켓워치에 "내년 1분기까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을 완료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년 4분기가 미 연준이 제로 금리를 인상하기에 좋은 시기일 것이라는 견해도 유지했다.
이날 코스피에서 주요 업종은 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내렸다. 특히 기계, 철강·금속, 건설업, 운수창고가 4% 이상의 낙폭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가 9% 가깝게 상승한 영향으로 은행은 7.02% 올랐다.
이외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4.52%, 카카오가 0.69% 올랐다. 하락 종목 중에서는 포스코(POSCO), 기아, 현대차, 삼성SDI 등의 낙폭이 컸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펄어비스, 엘앤에프, 휴젤, 리노공업, 에코프로비엠이 올랐지만, SK머티리얼즈, CJ ENM, 셀트리온제약, 휴젤, 셀트리온헬스케어, 스튜디오드래곤 등이 빠졌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8.19원(0.70%) 오른 1176.20에 거래를 마쳤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