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여성 인권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수도인 카불 시내 미용실에 붙은 여성의 얼굴 사진이 검은색 스프레이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여성의 사진이 담겨 있던 카불의 한 미용실 외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누군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성의 사진에 검은색 스프레이를 잔뜩 칠하며 얼굴 부분을 지워버렸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했던 지난 1996~2001년에는 여성의 노동과 교육이 전면 금지됐다. 남성이 동행해야만 외출할 수 있었으며 부르카(이슬람 여성들의 전통복식)로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 처벌을 받았다.
아프가니스탄을 재차 장악하는 데 성공한 탈레반은 "여성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지 주민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탈레반이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을 총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불안감이 더욱 증폭됐다.
여성 인권 침해에 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 세계 각국 정부도 탈레반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날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탈레반의 여성 인권 침해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탈레반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도록 경제, 외교, 정치적 측면에서 모든 수단을 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여성이 교육 받을 권리에 대한 선택과 행동을 보고 탈레반 정권을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