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임금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자 투자자들이 고위직 임금 인상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연봉 상승률이 제한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영국 싱크탱크 하이페이센터의 연간 보고서를 인용해 FTSE100에 편입된 기업 CEO들의 지난해 중위임금이 269만파운드(약 43억3500만원)였다고 보도했다. 연간 수입이 325만파운드에 달했던 2019년 비해 17% 줄었다.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액수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300만파운드의 벽이 무너졌다.
FTSE100은 영국의 대표 주가지수다.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시가총액이 높은 100개 기업 주식을 지수화한다. FTSE100에 편입된 기업들은 런던증권거래소 총액의 80%를 차지한다.
주요 기업 CEO들의 수입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여파 때문이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슈뢰더 등 주요 투자자들이 CEO 임금을 높이는 것에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다.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임금 삭감에 나섰다. CEO에게 보너스를 지급한 FTSE100 기업은 2019년 89%에서 2020년 64%로 줄었다. 장기보유한 주식에 인센티브를 지급한 기업도 같은 기간 82%에서 77%로 감소했다.
조사 결과 영국에서 가장 많은 임금을 받은 기업인은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CEO였다. 소리오 CEO가 지난해 받은 금액은 1545만파운드에 달했다. 세계 3대 신용정보회사인 익스페리언의 CEO 브라이언 캐신이 1030만파운드를 벌어들여 2위를 차지했다.
하이페이센터는 CEO들의 임금 하락 현상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근로자 수입이 줄고 주주 수익도 감소했다"며 "CEO들의 급여도 낮추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기업 CEO들의 임금이 2019년보다 17%가량 떨어졌지만 지난해 주요 기업 CEO의 임금은 여전히 영국 정규직 근로자의 86배에 달한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