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선 '조센징', 한국선 '쪽발이'"…유도 메달리스트의 고백

입력 2021-08-19 09:50
수정 2021-08-19 10:50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kg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던 안창림이 재일교포로 겪은 설움을 드러냈다.

지난 18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19화에 출연한 안창림은 동메달 소감에 대해 "사실 시상대에 올랐을 때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는 느낌이었다. 동메달 옆이 바로 금인데 옆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안창림은 2013년 일본 유도의 성지인 부도칸에서 전 일본 학생 유도 선수권대회 우승했다. 이후 한국 국적으로 귀화해 2020 도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안창림은 일본 거주 시절 재일교포라 시합 참가에 제약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국 국적이라 일본 선발전을 못 뛰었고 1년에 한두 개 밖에 참가를 못 했다. 목표를 갖기 힘들었다. 그러다 제가 뛸 수 있는 시합 중 제일 큰 대회 2개는 1등을 했다. 그럼 다음 목표로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당시 대학교 감독에게 한국에 넘어가고 싶다고 하니 '조금만 더 생각해봐라 일본 귀화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근데 그건 진짜 아닌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나가다가 조센징이라고 부르는 걸 들었다. 학교 애들 중에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재일교포를 혐오하는 집단이 교토 조선제1초급학교에 몰려와 대낮에 1시간 동안 욕설을 퍼부으며 난동을 피운 '교토 조선학교 습격사건'을 언급했다.


안창림은 "그 시위 때 저는 학교에 없었는데 동생이 있었다. 학교 애들이 너무 무섭다고 울고 불고 난리 났다고 하더라. 트라우마도 생기고 일본 사람 볼 때마다 벌벌 떨린다고 했다. 그때 일본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생겼다. 제가 운동을 하며 경계심이 동기부여로 바뀌었다. 일본 사람에게 절대 지면 안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귀화 후에 자신이 '재일교포'라는 것을 더욱 크게 느꼈다고 했다. 그는 "일본에선 친구들과 있어서 크게 못 느꼈는데 여기 오니 재일교포가 저 혼자니 심한 말 하는 사람도 있고 '쪽발이', '일본 놈' 하는 사람도 있었다. 무슨 일 있으면 일본에서 자랐으니까라고 하더라.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에게 절대 편견을 갖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안창림은 일본 유도의 차세대 에이스 재목감으로 꼽혔는데, 2014년엔 아예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 선수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대한민국 국적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생명을 걸고 지키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저희 외할아버지가 조선대학교 첫 교장(학장)이시다. 중학교 올라가기 전에 돌아가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외할아버지에게 배움이 컸다. 제일 중요한 부분은 바꿀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부도칸을 누빈 기분에 대해 안창림은 "제가 전국대회 첫 1등 했던 시합장이다. 거기서 시합하기 어렵다. 그냥 좋았다. 재일교포라고 차별받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