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향토색이 녹아 있는 이자카야는 진짜 일본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입니다.”
일본 ‘이자카야의 대부’ 오타 가즈히코(사진)는 18일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자카야는 지역에 따른 특산물은 물론 기질과 말투가 다른 사람들까지 일본의 향토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케케묵은 ‘아재들의 집합소’ 취급을 받으며 젊은 층과 여성에게 외면을 당하던 이자카야를 일본 대중문화의 간판으로 부활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일본 화장품기업 시세이도의 디자이너와 도호쿠예술공과대 교수를 지낸 그래픽디자이너지만 이자카야 전문가로 더 잘 알려졌다.
30년 동안 쓴 이자카야 관련 책이 20권이 넘고, 22년째 명물 이자카야를 소개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케이블TV에서 그의 방송을 내보내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일본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오타 선생이 추천한 가게라면 진짜”로 통한다.
오타 교수는 이자카야 부활의 비결을 “거품경제 붕괴로 무리해서 고급식당에 가는 게 자랑인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20~30대가 대거 양조업계에 뛰어들면서 일본 술 사케의 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맛있는 사케는 광고를 하지 않아도 순식간에 다 팔릴 정도로 팬층이 두터운 점 역시 질을 높인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인기가 좋은 사케 브랜드 구보타와 닷사이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그는 “구보타는 맛있지 않고 닷사이는 모두가 맛있어할 만한 요소만 모은 최대공약수 같은 술이어서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복닥복닥함을 즐기는 공간”인 이자카야는 위기를 맞고 있다. 오타 교수는 “밀접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 이자카야의 수요도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