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점’ 엄포에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값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 전보다 1억8117만원 급등해 처음 11억원을 돌파하며 14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도권 아파트값도 같은 기간 1억원가량 뛰어 7억원을 넘었다.
주목되는 것은 한 달 새 서울 아파트값 상승액이 직전 1년간 오른 금액(5622만원)의 3배가 넘는다는 점이다. 한 달 새 이렇게 급등한 것은 부동산원이 7월부터 표본수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부동산원 통계가 민간에 비해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표본수를 월간 조사는 2배, 주간은 3배 이상 늘렸다. 표본을 재설계하자 국민은행 통계에 근접했다. 정부가 부동산원 통계를 근거로 지난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7%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을 한 사실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진단부터 엉터리였으니 25번의 대책에도 약발이 먹힐 리 만무하다.
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올 들어 7월까지 11.12%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상승률을 이미 뛰어넘었다. 국민은행 등 다른 조사에서도 올 들어 집값 상승세는 꺾일 줄 모른다.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의 잇단 ‘집값 고점’ 경고를 무색하게 한다. 집 사지 말라는 ‘말폭탄’이 나올 때마다 집값은 이를 비웃듯 더 솟구쳤다. 정부의 말과 대책이 신뢰를 잃으면서 ‘양치기 소년’이 돼 버린 판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공급이 갈수록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분양은 지난해 4만9359가구에서 올해 3만1211가구, 내년 2만463가구로 줄어든다. 징벌적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수요 억제책을 펴오면서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위축된 때문이다. 정부도 뒤늦게 방향을 틀어 지난해 8·4 대책에서 공급방안을 내놓긴 했지만 신규 택지는 주민과 소통없이 밀어붙였다가 백지화되거나 표류 중이다. 도심 재건축은 공공 주도로 추진하다 보니 주민들의 거부감이 커 지지부진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정책 기조는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여당 주자들은 앞다퉈 ‘공공 주도’ 공급을 외치면서 토지공개념, 국토보유세 등 반(反)시장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니 정부가 뭘 한다고 해도 시장에선 철저히 불신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