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좀처럼 증가세가 잡히지 않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강도 추가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부로 실행된 주택담보대출의 약정을 지키지 못하면 곧바로 대출을 회수하도록 하는 등 현재 시행 중인 각종 규제도 철저한 준수 및 관리를 독려하고 있다.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최근 부서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가계부채 관리는 지금 이 시기 금융위원장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기존에 발표된 대책을 강력 추진하는 동시에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해 추가 대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고 후보자는 오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달 말~다음달 초 임명될 전망이다.
고 후보자는 상환 능력에 기반한 대출 관행을 하루빨리 안착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2023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방안의 추진 일정이 적정한지, 제2금융권의 느슨한 DSR 규제가 ‘풍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시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주택 관련 대출 동향에 대해서도 원인 등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조건부 주담대의 약정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위주의 대출을 내주기 위해 기존 주택 처분, 실거주 전입, 추가 주택 구입 금지 등 다양한 약정을 전제로 한 조건부 주담대를 판매 중이다. 대출 실행 후 이 같은 약정 위반이 확인되면 차주는 즉시 대출을 상환해야 하고 해당 계좌는 연체 계좌로 분류된다.
다만 일선 영업점에서는 고객들이 주택 매매 거래 지연 등의 사유를 들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민원이 적지 않아 실제 대출 회수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떤 이유에서든 약정을 위반한 고객에 대해서는 민원에 구애받지 말고 원칙대로 처리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