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서 27년째 일하고 있는 김형중 차장(55)은 지난달 인공지능(AI) 개발자로 ‘커리어 2막’을 열었다. 그간 KT 수납지원센터에서 고객서비스(CS) 운영을 담당했지만, 이젠 정보기술(IT) 부문 AI 운영추진팀에서 장애 탐지 AI 모델을 만든다. 박정민 대리(26)도 같은 시기에 자리를 옮겼다. 현장 네트워크(NW) 운용부서에서 일하던 그는 구현모 KT 대표 직속 미래가치추진실에서 바이오 AI 솔루션 개발을 맡고 있다.
이들은 모두 KT의 사내 AI 교육프로그램 ‘미래 인재 육성 프로젝트’ 2기를 통해 직무를 바꿨다. AI·클라우드 교육으로 비개발자를 개발자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이다. 나이, 직급, 전공, 현업 분야 등 선발에 기준 제한이 없다. 약 6개월 교육 기간엔 기존 업무에서 빼 전일 공부에만 집중하도록 지원한다.
KT는 이 프로젝트를 지난해 시작했다. 1기는 64명이, 2기는 76명이 수료했다. 지난달 시작한 3기 과정까지 합하면 참여 직원이 200명에 달한다. 수료자 중엔 각 분야에 20여 년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도 있다. 2기엔 KT 사내 최고 전문가 등급을 받은 ‘마이스터’ 인력 3명이 참여했다. 김 차장도 지난해 CS부문 현장 전문가 ‘스타’에 선정됐다.
교육 과정은 철저히 실무 기반으로 이뤄진다. 부문별 반을 나눠 운영하는 것도 그래서다. NW 부문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NW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엔진을 개발해보는 식이다. 교육 프로젝트 중 즉시 상용화 과제로 채택된 것도 많다. AI콘택트센터(AICC) 보이스봇 개발, 고객경험 데이터 분석 기반 서비스 추천, 무선 코어망 장애 예측 분석 자동화 등이 대표적이다.
수료자들은 기업도, 직원도 서로 ‘윈윈’이라는 반응이다. 박홍석 차장(51)은 미디어운용센터에서 AI 스피커 기가지니 관련 업무를 하다가 AI 기술이 궁금해져 교육과정 2기에 참여했다. 수료 후엔 NW부문 AI 자동화개발 태스크포스(TF)에서 비정형데이터를 다룬다. 박 차장은 “AI 공부는 스스로에 대한 미래 투자이기도 해 공부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며 “기존 사업 방향과 서비스 등을 알고 있어 비정형 데이터 분석에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직무 전환 후 새 부서에서 AI 교육을 추가로 받거나 독학 등을 통해 기량을 높이는 이들도 있다. 1기 교육생 중 한 명은 지난해 구글의 AI 경진대회 플랫폼인 캐글에서 마스터 등급을 받고 세계랭킹 290위에 올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