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에서 보자"… 백화점·아울렛 천편일률 'OO점' 탈피하는 이유

입력 2021-08-19 08:59
수정 2021-08-19 09:00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이제 '아싸'에서 보자고 하면 되겠네요. '아트 앤 사이언스(Art & Science)'를 다 말하기엔 너무 길고 앞글자만 따서 부르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대전점'이 더 익숙하긴 하지만 '아트 앤 사이언스'라고하니 이 점포가 뭘 강조하려고 하는지는 딱 알 것 같아요." (대전 서구 주민 장모씨(33))

"'타임 빌라스(Time Villas)' 가자고 하면 쇼핑하러 아울렛(아웃렛) 가자는 느낌보다는 어딘가 놀러 가자는 느낌이 들어요. 점포명에 지역명이 붙어있지 않으니 어디 있는지 바로 떠오르지 않아서 좀 불편하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서울 강서구 거주 직장인 박모씨(29·여))

올해 하반기 문을 여는 유통업계 신규 점포가 지점 이름에 지역명을 넣는 대신 점포 특징을 드러내는 단어를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점포가 추구하는 특색을 부각시켜 소비자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오는 27일 대전 유성구에 문을 여는 대전 신세계백화점 신규 점포 이름은 '아트 앤 사이언스(Art & Science)'다. 대전이 과학의 도시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점포를 과학 및 문화 체험형 콘텐츠로 채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점포에는 대전에 위치한 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과 손잡고 만든 과학관 '신세계 넥스페리움'이 들어선다. 이 곳은 1993년 대전엑스포가 개최된 곳에 위치한 상징성을 계승해 과학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과학관은 3대 미래 분야인 로봇, 바이오, 우주 등을 테마로 구성된다.


미디어 아트 결합형 아쿠아리움인 '대전 엑스포 아쿠아리움'도 들어선다. 아쿠아리움은 그리스·로마 신화 속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테마로 해외 아티스트들이 제작한 조각상과 국내 최장 길이 27m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설치된다. 193m 높이 전망대인 '디 아트 스페이스(The Art Space) 193'에서는 대규모 공공 미술 전시를 진행해온 설치 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특별전을 경험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이 다음달 10일 경기도 의왕에 오픈할 예정인 프리미엄아울렛의 이름은 '타임빌라스(Time Villas)'다. '시간(Time)'과 '별장(Villas)'의 합성어로 '시간도 머물고 싶은 공간' 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코로나 시대 자연 속 휴식을 원하는 인구가 증가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점포명이다.


타임 빌라스는 백운호수와 바라산 인근에 위치해 뛰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아울렛 내부 역시 방문객이 최대한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방문객이 가장 먼저 방문하는 원형 구조 광장인 '더스테이션(The Station)에서는 천장의 유리 돔을 통해 비치는 자연 채광을 즐길 수 있다.

자작나무 산책로가 조성된 글래스빌(Glass Ville)은 유리 건축물을 통해 바라산과 잔디광장을 시각적으로 연결했다. 야외 피크닉 공간처럼 꾸며진 플레이빌(Play Ville)은 대형 잔디광장과 넓게 펼쳐진 정원 등으로 이뤄졌다. 해외명품 브랜드 매장이 입점한 '파인빌(Fine Ville)'엔 개폐식 천장을 도입해 날씨와 상관없이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식음료(F&B) 매장이 입점한 테이스티 그라운드(Tasty Grond)도 매장에서 백운호수의 석양을 마주볼 수 있도록 시설을 배치했다.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 역시 '여의도점'이라는 이름 점포명 대신 '더현대서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백화점'이라는 단어를 지움으로써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점포명에 구(區)나 동(洞) 단위 지역명이 아닌 '서울'을 사용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여의도'의 강점을 활용해 서울시민들에게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아울러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 한류의 중심인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글로벌 문화 관광 허브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점포는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특정 점포가 다른 점포와 다른 차별화된 체험형 콘텐츠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결과물이 점포명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