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부세 상위 2%안이 가장 합리적"…與 정책위원 주장

입력 2021-08-18 12:50
수정 2021-08-18 17:16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1주택자를 공시가격 기준 ‘상위 2%’로 한정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처리기한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민주당과 정부 내에서는 상위 2%안의 강행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9일 조세소위원회를 열어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26건의 종부세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17일 열린 조세소위에서는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당론으로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유 의원안은 현재 공시가 9억원 초과 주택으로 돼 있는 1주택자 종부세 부과 대상을 공시가 상위 2%로 바꾸는 방안을 담고 있다.

아울러 구체적인 과세 기준은 3년에 한 번씩 매년 6월 1일자 공시가를 대통령령인 시행령에 반영하는 식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여기서 과세 기준선은 공시가를 억 단위 미만에서 반올림해서 정해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상위 2% 공시가격은 약 10억6800만원이다. 억 단위 미만을 반올림할 경우 올해 종부세 과세 기준선은 11억원이 되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11월 발송되는 종부세 고지서에 개정 내용을 반영하려면 늦어도 이달 중에는 입법 절차가 완료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당이 8월 국회에서 종부세법 처리를 서두르는 이유다.

반면 야당에서는 상위 2%안의 조세법률주의 위반 가능성 등 문제점을 들며 현행 방식대로 과세기준 금액만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과세 대상을 비율로 정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여당안을 비판했다. 같은 당 유경준 의원도 “종부세는 재산과세 형평성, 집값 안정화 등이 목적이고 진정한 의미의 부유세는 아니다”라며 “결과적으로 2%를 정해놓고 시행령에서 반올림하는 식의 방식은 찬성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민주당은 “상위 2%안이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김종옥 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은 전날 조세소위를 앞두고 기획재정부 관료들과 민주당 기재위 보좌진에 서한을 보내 “종부세를 도입한 2005년 당시 제가 세제실 주무서기관을 지내 종부세 도입취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며 “세제실 출신 모두 종부세 2%룰이 로망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행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에서 재산세제과장, 소득세제과장, 조세정책과장 등을 지내며 공직생활 대부분을 세제실에서 보낸 세제 전문가다.

김 위원은 “당시에도 일반적으로 과세되는 재산세가 있으니 1~2%에만 과세되는 종부세를 만들자고 했다”며 “이번 상위 2%안을 두고 비율과세니, 세계에 유례가 없니 말이 나오지만 비율대로 과세하는 게 아니고 비율에 따라 산정된 금액을 기준으로 과세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세계 유례가 없다는데 당장 현행 종부세법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산정하고 있다”며 “국가가 운영하는 부동산공시가격 시스템이 있는 상황에서 과세기준을 2%에 상당하는 가격으로 정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상위 2%안은 과세요건이 명확치 않아 조세법률주의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 김 위원은 “현행처럼 매년 공시가격 공시를 통해 과세대상 여부가 결정되는 것보다 예측가능성이 높다”며 “소득세법상 금융투자소득 기본공제나 국세기본법상 국세환급가산금 등도 일정 판단기준을 법률에 정한 뒤 구체적 기준은 시행령에 규정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 7월 펴낸 보고서에서 상위 2%안에 대해 “가격 변동을 객관적 지표(공시가)와의 연동을 통해 제도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소득세의 물가연동제처럼 사회적 갈등 및 논의 과정에서의 정치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한다”고 평가한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정치권에서는 19일 조세소위에서 여당이 종부세법을 강행 처리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상위 2%안에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기재부가 이달 들어 명확히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입장 정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여당 원안대로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