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5% "환경보호는 중요 교육 가치"…G20 평균 절반 이하 [허세민의 더 나은 지구]

입력 2021-08-18 12:08
수정 2021-08-18 13:14

한국인의 15%가 아이들에게 가르칠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환경보호'를 꼽았다. G20(주요20개국) 회원국 평균치(34%)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민 정체성이 세계시민의식보다 강한 나라일수록 환경보호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교육 가치로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모리가 글로벌 커먼스 얼라이언스의 의뢰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G20 회원국 국민 1만9735명(16~75세) 가운데 34%가 '아이들한테 가르칠 가장 중요한 가치를 고르라(최대 5개)'는 질문에 환경보호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성(34%), 끈기(34%)와 함께 공동 5위였다. G20 회원국 국민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가치는 관용(63%)이었다. 올바른 태도(59%), 책임감(57%)이 뒤를 이었다.

환경보호는 어느 G20 회원국에서도 3대 교육 가치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글로벌 커먼스 얼라이언스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장기적 관점의 가치를 측정했다"면서 "여기서 환경보호는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환경보호의 순위는 더욱 밀려났다. 18~55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5%(10위)가 환경보호를 선택했다. 16%(10위)가 환경보호를 고른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의 경우 34%(7위)가 환경보호를 선택했다. 한국인이 아이들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택한 3대 가치는 책임감(72%), 올바른 태도(54%), 성실성(54%)이었다.

환경보호를 가장 중시한 국가는 이탈리아(55%)였다. 프랑스(50%), 독일(47%) 등이 뒤를 이었다. 세계시민의식이 국민 정체성보다 뚜렷한 국가일수록 환경보호에 높은 비중을 둔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환경보호를 비교적 낮은 우선순위에 둔 것도 저조한 세계시민의식과 연관된다. '세계 시민과 한국인 가운데 어느 것에 가깝다고 느끼는가'를 물었을 때, 한국인의 51%는 '한국인이라고 느낀다'고 답했다. '세계 시민이라고 느낀다'고 대답한 비율은 10%였다.



이와 별개로 한국인은 현재 자연 상태를 걱정하며 환경보호에 적극 나설 의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64%가 현재 기후위기 등 자연 상태를 걱정했다. 87%는 환경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G20 회원국 평균보다 각각 6%p, 4%p 높은 수치다.

개발도상국 국가일수록 환경보호에 더 강한 의지를 보인다고 분석됐다. 일본(61%), 독일(70%), 미국(74%) 등과 달리 인도네시아(95%), 남아프리카 공화국 (94%), 중국 (93%) 등의 국가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글로벌 커먼스 얼라이언스는 "선진국 국민들은 새 나무를 심기만 하면 오래된 나무를 넘어뜨리는 등 자연 생태계를 파괴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인의 환경보호 실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그러나 계획 중)'가 37%로 1위였다. 이어 '방법을 모른다'가 33%, '돈이 충분히 없다'가 29%를 차지했다.

입소스모리의 설문조사는 4월 27일부터 5월 14일까지 이뤄졌다. 신뢰수준은 95%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