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항의 정부대표단, 골프백 딱 걸림" 알고 보니…

입력 2021-08-18 10:13
수정 2021-08-18 10:2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모더나 본사를 방문한 정부대표단이 출국 당시 골프백을 들고 갔다는 주장이 온라인 상에서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승객의 짐이 지나갈 때 교묘하게 겹치는 순간을 포착해 만들어진 '가짜 의혹'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대표단은 지난 13일 모더나의 갑작스러운 백신 공급 물량 축소 통보 및 입장 번복과 관련해 모더나 본사에 직접 항의하고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 1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대표단은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과 류근혁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등 4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 15일 귀국했다.

그런데 이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골프백 챙겨간 모더나 항의 방미 사절단', '모더나 항의단 골프백 논란', '모더나와 사과 골프치고 오셨나요?' 등의 글이 쏟아졌다. 한 방송사 카메라를 통해 공항에서 포착된 강 차관의 옆에 골프백이 포함된 짐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하지만 뒤 상황을 보면 해당 의혹이 일부 장면만을 순간적으로 강조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임을 알 수 있다. 논란이 된 장면 이후 골프백이 든 짐은 강 차관이 가는 방향과 반대 쪽으로 옮겨지며 이내 멀어진다. 즉, 다른 승객의 짐이 강 차관과 겹쳐지는 순간을 캡처해 마치 정부대표단의 짐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진 의혹인 셈이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짧은 일정에 미국에서 골프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황당한 조작이다", "이렇게 오해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 "그 짧은 순간을 포착해서 논란으로 만드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모더나는 지난 9일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의 여파로 8월 계획된 공급 물량인 850만 회분보다 절반 이하인 물량이 공급될 예정임을 정부에 알려왔다. 7월에 이어 두 번째 지연이었다. 이에 정부는 모더나·화이자 등 mRNA 계열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기존 3~4주에서 6주로 늘렸다.


이후 모더나 본사를 직접 방문해 협의를 진행한 강 차관은 지난 17일 "모더나 사에 7, 8월 미 공급된 물량을 가급적 9월 초까지 제공할 것과 공급 예정 시기를 앞당기고 구체적인 공급일정을 조속히 알려줄 것을 강조, 요청했다"면서 "지금까지 통보된 물량보다는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고, 계획된 공급 물량을 고려해서 최대한 조기에 많은 물량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더나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를 했고, 공급 차질 문제도 해소돼 가고 있고 앞으로 한국 정부와의 신뢰 관계도 중시한다고 답변했다. 이번 주까지 그 물량에 대해서 통보해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더나 측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서도 물량 공급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았다. 이번 주말까지 구체적인 물량과 공급 일정을 알리기로 했다. 대표단은 귀국 후 모더나 측과 화상 회의를 하며 같은 요청을 반복했지만 진전된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