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 브릿지, 파트너스... 사모펀드(PE)는 왜 비슷한 이름이 많을까? [마켓인사이트]

입력 2021-08-19 07:37
≪이 기사는 08월17일(08:3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에디슨모터스와 손잡은 재무적투자자(FI) 중에는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PE)가 있습니다. 키스톤PE는 최근 언론사 아시아경제의 최대주주로 올라 주목받은 바 있죠. 그런데 일반 독자들은 사모펀드(PEF)의 이름을 종종 헷갈리곤 합니다. 언뜻 이름이 모두 비슷해 보이거든요.

PEF나 벤처캐피털(VC), 혹은 자산운용사의 사명에는 유난히 '스톤(Stone)'이 많습니다. 위에서 본 키스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PEF인 블랙스톤, 호반건설의 VC 자회사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도 있습니다. 또 미국계 대체투자 운용사 스텝스톤그룹도 있죠.

'브릿지(Bridge)'도 단골 소재입니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이나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가 대표적입니다. 그러고 보니 스톤브릿지캐피탈에는 '스톤'도 들어가네요. 신생 PEF인 세븐브릿지PE나 자산운용사인 골든브릿지자산운용도 있습니다.

이렇게 비슷한 단어들 뒤에는 회사의 성격을 나타내는 요소가 등장하는데요. 주로 '캐피털' '파트너스' '인베스트먼트' 등이 자주 쓰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PEF의 약 20%가량이 사명에 '파트너스'를 넣었습니다. 여기에 '캐피털'이나 '캐피털 파트너스'를 이름에 집어넣은 회사를 합치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고 하네요.

왜 이렇게 비슷한 이름들이 많을까요? 독창성이 부족하기 때문일까요? 투자은행(IB) 업계 회사들이 사명을 정할 때 '방정식'을 따르는 이유는 일종의 '어울리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특히 신생 VC나 PEF는 최대한 빨리 투자자들 머릿속에 각인되길 원하는데,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그들과 '구분할 수 없는' 비슷한 이름을 쓴다는 것입니다.

사명에 '스톤'이나 '브릿지'가 많은 이유는 돌이나 다리가 가진 튼튼한 이미지 덕분인데요. 코너스톤은 건축물의 주춧돌을 뜻합니다. 또 스텝스톤은 디딤돌을 뜻하죠. 브릿지(다리)는 어떤 두 대상을 이어주는 '가교'의 느낌을 줍니다. 고액 자산가나 기업을 고객으로 둔 PEF들은 묵직한 돌과 바위처럼 안정적으로 돈을 관리해준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브릿지'를 넣으면 고객과 끈끈하게 연결돼있다는 인식을 주죠.

앞서 언급한 세계 최대 PEF 블랙스톤그룹에는 블랙록(BlackRock)이라는 자산운용사가 있는데요. 1988년 설립됐습니다. 블랙록은 돌 대신 '바위(Rock)'를 사명에 사용해 중후한 이미지를 주고 있죠. 그래도 블랙록과 블랙스톤은 서로 헷갈릴만 한 이름인데요. 스티브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일부러 헷갈리게 했다"며 "주변에서 비슷한 이름을 가지면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래리 핑크(블랙록 회장)에게 '괜찮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