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 '성과보고 대회' 아닌 '쇼크 대책회의' 열어야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1-08-18 10:06
수정 2021-08-18 10:09

문재인 대통령이 며칠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보고대회'를 주재했다. 아니나다를까 유리한 데이타만 선별 소개하는 특유의 자화자찬으로 채워졌다. "3700만명이 9조2000억원의 의료비를 절감했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정책”이라고 했다.

2년 전 열린 '2주년 성과보고대회' 때도 그랬다. 당시에도 문 대통령은 "어떤 질병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자랑하며 '건보보장률 70%'의 임기내 달성을 장담했다. 하지만 문케어 목표인 '보장률 70%'는 물건너갔다. 최근 공개된 2019년 보장률은 64.2%로 1년 전보다 불과 0.4%포인트 올랐다. 문케어 설계 부실 탓에 쌓여있는 전임 정부에서 힘들께 쌓아온 적립금을 단번에 헐어쓰면서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보장률 확대가 미미하자 문대통령은 이번엔 '70%' 목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15세이하·65세 이상자의 혜택이 늘었다는 둥 몇몇 유리한 정황을 장황하게 풀어놓았다. 도쿄올림픽 메달리스트까지 등장시켜 "문재인 케어가 우리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해 보자"는 민망한 자랑을 자신의 입으로 이어갔다.

아무리 홍보가 중요하다 해도 국정최고책임자까지 나서서 이처럼 견강부회할 수는 없다. 문대통령은 "건강보험이 세계의 본보기로 성장했다"고 자랑했다. 절반만 맞는 말이다. 세계의 모범이지만 '의료 포퓰리즘'으로 급속히 부실해지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진단이다.

건강보험은 흑자와 적자를 위태롭게 반복하다 2011년부터 겨우 흑자기조를 정착시켰다. 흑자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서며 효율적인 자금운용방안을 둘러싼 열띤 논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공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가 본격화된 2018년부터 정확히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2019년 적자는 2조8243억원에 달했고, 20조원 넘게 쌓였던 누적적립금은 17조4181억원(2020년말)으로 줄었다.

그나마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타 질병이 급감하는 바람에 작년 지난해 적자가 3000억원대로 급감하는 망외의 소득이 있었음에도 이 정도다. 무리한 문케어 탓에 세계의 자랑인 바로 그 건강보험의 지속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고령화의 파고가 덮치면 수년내에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태위태한 이 정도 재정상태도 국민 월급봉투를 쥐어짜낸 결과다. 매년 1% 안팎 오르던 직장인 건강보험요율은 문 정부 출범이후 4년 동안 연평균 2.9%로 급등했다. 한국과 비슷한 건강보험제도를 갖춘 일본은 10년,독일은 7년간 건강보험요율을 동결중이다.

수가조정 등의 시급한 의료구조개혁을 외면하고 돈을 쏟아부으며 숫자를 마사지하는 방식은 지속불가능하다. 문케어에 따른 과잉의료소비와 풍선효과 부작용 탓에 최근 4년간 민간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실만 7조원이다. 더구나 코로나로 많은 국민이 생계를 위협받는 비상시국이다. 지금은 국정최고책임자가 더없이 온화하고 인자한 표정으로 작은 성과를 부풀리며 '닥치고 홍보'할 때가 아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성과보고대회'가 아니라 '문케어 쇼크 대책회의'다.

백광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