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명목 월급과 실 수령액은 큰 차이가 난다. 급여에서 소득세가 원천 징수되고, 건강보험료, 장기요양보험료, 고용보험료 등 사회보험료가 공제된 후 통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각종 보험료 중에 다시 되돌려받는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규모가 가장 큰 것은 건강보험료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가입자가 낸 건보료는 총 54조194억원으로 근로소득세 결정세액 40조9000억원보다 많았다. 지난 5년간의 근로소득세와 건보료를 되짚어봐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 언제부터 건보료가 세금보다 부담되는 보험료가 됐을까. 20년 새 10배 뛴 건보료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액의 변화 추이부터 살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생산하는 건강보험주요통계에 따르면 건보료 수입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8년 2조8515억원으로 전년 2조8553억원에서 소폭 감소한 후 22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2001년 5조2407억원으로 처음 5조원대를 돌파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크게 증가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해인 2008년 직장가입자의 건보료는 19조296억원으로 취임 첫해인 2003년 9조1683억원보다 107.6%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건보료 수입 증가세는 지속됐다. 이명박 정부 때는 2008년 19조296억원에서 2013년 31조8751억원으로 67.5%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의 건보료 수입은 2017년 42조4486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가율은 33.2%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은 여기에서 12조원 가량 증가한 54조194억원까지 늘었다. 20년 전인 2001년과 비교하면 10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와 내년도 건보료 수입 증가가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폭은 역대 정부 중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소득세 7조→40조원직장가입자의 건보료 부과액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사이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도 크게 증가했다.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 7조6411억원이었던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은 2008년 14조1821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8조원 가량 더 늘어 2013년 22조2873억원으로 집계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다시 12조원 가량 근로소득세가 늘었다. 2017년 기준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은 34조8367억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두차례의 소득세율 인상 등이 강행되면서 3년만인 2020년 40조9000억원까지 늘었다.
건보료 수입이 근로소득세보다 많았던 것은 노무현 정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지난 2002년이다. 그해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은 6조9334억원. 건보료 직장가입자 부과액 6조8718억원보다 600억원 가량 많았다. 그 이후로는 건보료 수입이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을 계속 초과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직장가입자의 건보료 수입은 기업이 내는 것을 합한 수치다. 이중 약 절반 가량이 직장가입자의 본인부담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 부담 기준 건보료가 아직 근로소득세를 넘어서지는 않았다. 건보료가 늘어나면서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나 보장률이 높아진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더 많이 낸 만큼 병원비 등은 절감됐다. 이 때문에 건보료 증가와 보장률 상승을 함께 봐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