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에 징벌적 건보료

입력 2021-08-17 17:37
수정 2021-08-25 16:11
연봉 2억원을 받는 한국 직장인은 건강보험료로 매달 57만1667원을 낸다. 회사가 부담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114만3334원이다. 월급에 건보료율 6.86%를 적용한 금액이다. 대기업 초임 임원이 대체로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보다 복지 선진국인 독일에선 같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의 건보료 부담액은 월 47만4027원에 그친다. 한국보다 17% 정도 적다. 건강보험료율은 독일이 14.6%로 한국보다 높지만 고소득자의 과도한 건보료 부담을 막기 위해 도입한 상한액이 한국보다 크게 낮아서다.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놓은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요인 비교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건보료 부과 상한액은 704만7900원으로 일본 141만3491원, 독일 94만8054원 등과 비교해 5.0~7.4배 높다. 한국 건보료율은 6.86%로 독일(14.6%) 일본(10.0%)보다 낮지만 상한선을 높게 설정해 한국 고소득자의 건보료 부담이 독일 일본보다 훨씬 크다.

독일 근로자는 연봉 1억6584만원을 넘을 때부터 상한선이 적용돼 일괄적으로 94만8054원의 건보료가 부과된다. 한국의 건보료 부과액은 이후에도 계속 높아져 연봉 12억3286만원이 넘어야 상한선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연봉이 2억5000만원까지 오르면 일본의 건보료 부과 상한선 141만3491원도 넘어선 142만9167원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경총은 “건보료를 내는 사람과 의료서비스 혜택을 보는 사람이 확연히 구분되다 보니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달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내년 건보료율을 또다시 인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규/도병욱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