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율이 외국과의 비교가 무의미할 만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어제 발표한 ‘건강보험료 비교분석’을 보면 비슷한 제도를 운용 중인 4개국(한국 일본 독일 대만) 중에서 건보료율을 해마다 인상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비교국들은 건보료율을 장기간 올리지 않고 있다. 동결기간도 독일이 7년, 일본은 10년에 이른다. 대만은 올해 요율을 올리긴 했지만 그 이전 5년(2016~2020년)간 동결했다.
건보료율 인상은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한 ‘문재인 케어’ 탓에 점점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대통령 공약인 ‘2022년까지 70% 보장률 달성’을 위해 정부는 2018년부터 건보료율을 빠르게 인상하고 있다. 2018~2021년 4년간 평균 인상률이 2.9%로, 직전 4년(2014~2017년) 평균 1.0%의 3배 수준이다. 건보료 징수방식이 종합부동산세 저리 가라 할 만큼 ‘부자 징벌적’인 점도 큰 문제다. 한국 건보료 상한액은 월 705만원으로 일본(141만원)의 5.0배, 독일(95만원)의 7.4배, 대만(86만원)의 8.2배에 달한다. 반면 하한액(월 1만9140원)은 일본의 37.5%, 대만의 27.6%에 불과하다. 상한액과 하한액 차이를 구해보면 한국은 무려 368배로, 일본(24배) 대만(12배)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가파른 보험료율 상승과 고소득자에 대한 징벌적 부과방식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일시 대증요법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래 지속되기는 불가능하다. 건강보험 수혜자와 부담자의 심각한 불일치가 의료 과잉소비를 부추기고, 고소득자의 부담을 더욱 키우는 악순환을 부르고 있어서다. 하위 20% 계층은 이미 낸 보험료보다 85.8배 많은 건보 혜택을 누린다. 반면 고액 연봉자는 고율의 소득세에다 혜택은 쥐꼬리만 하고 부담은 눈덩이인 건보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는 계층 간 갈등 유발을 넘어 공정하지도 않은 방식이다.
‘보장률 확대’라는 장밋빛 구호를 앞세워 국민이 부담한 건보료로 선심을 쓴 뒤, 이를 문재인 케어 성과로 포장하는 행태는 건강보험 제도를 오히려 파괴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선심성 보장률 확대가 아니라, 빈곤층과 중증질병 위주의 보장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국고지원 확대를 위한 사회적 논의도 시급하다. 한국의 건보료 수입 대비 국고지원액은 13.2%로, 프랑스(52.3%) 일본(27.4%) 대만(23.1%)보다 훨씬 낮다. 국민연금에 이어 건강보험마저 미래세대에게 부담으로 떠넘기는 세대 착취를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