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비행시간 길어진다…"기후변화 탓"

입력 2021-08-17 18:33
수정 2021-08-17 18:48

전세계 항공산업이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항공기 연료가 지구온난화를 악화시킨 주범이라고 비판하지만, 항공산업은 기후변화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전세계의 일부 항공사와 공항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극심한 더위와 대형 폭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비행 일정이 더 자주 바뀌거나 정체될 미래를 계획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폭풍과 산불 연기, 항공기 양력을 감소시키는 열기 등으로 인해 여름 비행에 차질을 빚은 항공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만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과 텍사스 달라스포트워스공항에서 각각 300편이 넘는 항공편이 결항됐다. 7월엔 미국 북서부 태평양 산불로 인한 연기로 덴버에서 8편의 항공편이 결항되고 300편의 항공편 비행은 지연됐다.

라스베이거스와 콜로라도에서는 극심한 더위 탓에 항공기 이륙이 중단되기도 했다. 항공규제당국의 자료 등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최근 20년간 날씨로 인한 항공편 결항 및 지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폭풍이나 폭염을 전부 기후변화와 연결시킬 수는 없겠지만, 기후 연구자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이같은 이상 기후현상이 더 격렬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유나이티드항공의 글로벌 운영총괄이사인 데이비드 켄식은 "기후변화에 따라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항공사들도 더 세심하게 대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바람 패턴의 변화 등이 항공사의 비행 경로나 연료 소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북대서양 상공의 제트기류가 변하면 유럽에서 미국까지 가는 비행시간이 더 길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항공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전세계 탄소 배출 총량의 2%를 차지하고 있어 기후변화 주범으로 비판받고는 한다. 반면 기후변화로 날씨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잦은 결항 등에 의한 수익성 악화도 항공산업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다. 영국 리딩대의 폴 윌리엄스 대기과학 교수는 "항공산업은 기후변화의 희생양이기도 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