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회사들 '뉴욕 엑소더스'

입력 2021-08-17 17:57
수정 2021-08-18 01:11
미국 대형 금융회사들이 높은 세금과 비용 등으로 인해 뉴욕을 떠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늘어난 것도 금융사들이 더 이상 뉴욕에 사무실을 둘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지난 5월 뉴욕 지사 직원들에게 사무실 폐쇄 준비를 지시했다. 운용 자산이 3조5000억달러(약 4117조원)에 달하는 스테이트스트리트는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 인근 사무실 두 곳을 폐쇄할 예정이다. 직원들은 뉴저지주나 코네티컷주에서 근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진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뉴욕 사무실 폐쇄는 코로나19로 인한 근무 환경 변화 때문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형’ 근무제를 도입했다. 사무실 근무가 필요한 이들만 출근하게 해 뉴욕 사무실은 거의 비어 있었다. 에드워드 피터슨 스테이트스트리트 대변인은 “변화된 근무 환경에 맞춰 회사 부동산 자산 전략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WSJ는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이번 결정은 금융 허브였던 뉴욕의 위상이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높은 세금과 비용 등으로 ‘뉴욕 딜레마’라는 말이 생길 만큼 기업들 고민은 컸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상황이 달라졌다. 캐서린 와일드 파트너십포뉴욕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대유행) 국면을 거치며 사람들은 어디서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뉴욕을 당연하게 금융 중심지로 여겨왔던 관념에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

대형 금융사들의 탈(脫)뉴욕 선언은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헤지펀드회사 엘리엇인베스트먼트는 플로리다로 눈을 돌렸다. 골드만삭스는 뉴욕 지사의 근무자를 줄이고 플로리다 근무 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엘리엇인베스트먼트는 본사를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옮겼다. 또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인 블랙스톤, 헤지펀드 시타델도 플로리다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플로리다는 뉴욕과 달리 개인소득세나 자본이득세가 없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