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최원근 WCP 대표 “인공혈관, 담수필터 등으로 사업 확장할 것”

입력 2021-08-17 10:22
≪이 기사는 08월13일(05: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전기차용 분리막뿐 아니라 의료용, 담수필터용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2025년엔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겁니다."

전기차 배터리용 분리막 전문업체 WCP의 최원근 대표는 지난 12일 투자설명회(IR) 이후 충북 충주 본사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전기차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에서 글로벌 넘버원 소재·화학 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WCP의 IR은 노앤파트너스가 보유한 WCP 전환사채(CB)를 매수하려는 투자자를 위해 사전녹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 대표는 이날 "휴대폰 반도체 등 기존 IT용 분리막 판매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용 분리막 사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2025년에는 국내와 해외 공장까지 포함해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성 높인 기술력이 핵심

WCP는 2016년 삼성전자 출신의 최 대표가 창업한 분리막 생산 및 판매기업이다. 배터리의 음극재와 양극재 사이에 분리막이 들어가는데 이 분리막은 내재된 기공을 통해 이온이 잘 흘러가도록 통로 역할을 한다. 과열되지 않고 충전도 잘 되면서 이온이 잘 흘러가도록 분리막을 만드는 게 핵심 역량이다. 배터리의 성능과 안정성, 원재료 비용 등 여러 면에서 중요한 부품으로 꼽힌다.

충주 생산법인 WCP는 2016년 세웠지만 일본에 상장한 더블유스코프는 2005년 설립됐다. 당시 대기업도 아닌 스타트업이 분리막을 생산한다는 걸 믿지 못하는 국내 분위기 속에서 일본 벤처투자협회로부터 투자를 유치, 현지에 본사를 세운 것. 최 대표는 "일본에 먼저 상장했지만 내년 국내 상장 이후 두 회사 간 시너지 방안을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의 최대 강점은 생산성이다. 최 대표는 "WCP의 핵심 경쟁력은 세계 1위 분리막 업체인 일본의 아사히카세이보다 1.5배에서 2배가량 높은 생산성을 갖춘 점"이라며 "독자적 기술을 통해 분리막 필름을 더 얇고 길고 넓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WCP는 기존보다 1m 넓은 5.5m 폭 분리막 양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기업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일본과 국내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품질은 동등한 수준으로, 생산성은 두 배 가량 높은 수준으로 키운 게 성장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의류 등 관련산업으로 확장

WCP의 목표는 해외다.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삼성전자와 함께 유럽(EU)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최 대표는 "국내 대기업인 삼성, LG 등에도 제품을 판매하지만 유럽 자동차 업계 1~3위 기업과 미국 전기차 기업에도 분리막을 수출중"이라며 "유럽에서 2035년부턴 신차 판매시 전기차만 가능해지기 때문에 그 전부터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계속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WCP는 2023년 말부터 유럽 공장서 분리막 라인 8개, 코팅 라인 16개를 가동시킬 계획이다. 올해 안에 부지를 확정짓는다.

최 대표의 장기 목표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근무시 소재부품의 중요성을 깨달아 창업한 그는 생명과 직결된 인공혈관, 인공판막 등 바이오 영역으로까지 분리막 원료(멤브레인 필터)를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담수화 필터, 수소전기연료용 분리막, 염전용 염수 불순물 필터, 고어텍스를 대신할 내구성 높은 의류원단 등으로 확장할 생각이다. 최 대표는 "지구 환경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는 일, 비싼 원단의 대중화 등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사업화할 것"이라며 "멤브레인 필터 하면 WCP가 생각나도록 회사를 키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WCP는 내년 상반기 중 기업공개(IPO)를 하기 위해 상장 주관사에 KB증권, 신한금융투자를 선정했다. 오는 10월말~11월께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연매출은 지난해 1118억원, 영업이익은 155억원이었다. 올해는 매출 1800억원, 영업이익 4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충주=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