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황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 전기차 침투율이 증가할수록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 아날로그 반도체 업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기업들은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특히 소비심리에 높은 민감도를 보이는 디램(DRAM) 가격 하락 가능성에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조정 폭이 심화됐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38% 내린 7만440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사흘 연속 연중 최저가로 작년 12월 23일(7만39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1.00% 오른 10만1500원에 마감하며 7거래일 만에 반등하는 데 성공했지만, 앞선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 4일과 비교하면 주가는 16.12% 떨어진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며 '아날로그 반도체'를 주목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은 성장성이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025년까지 5~6%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주요 업체 대부분이 가동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공급부족을 겪고 있는 수요처는 자동차 산업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침투율이 증가할수록 아날로그 반도체 업체들의 성장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요에서 아날로그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59%에 달한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 대비 평균 2.5배의 차량용 반도체가 탑재되고 자율주행의 선행 기술로 평가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적용될 경우 최대 4배까지 증가한다"며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은 안전 규제 강화 및 ADAS 의무 탑재 기능을 구체화하고 있는데 표준화될 경우 ADAS 적용이 본격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다음으로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분야는 모바일, 통신인프라 부문이다. 주춤했던 인프라 투자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연초부터 직전 분기대비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대규모 프로젝트 입찰도 진행 중이다.
이에 아날로그 반도체 업체들도 인프라 구축 사업의 직접적 수혜를 장기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통신인프라를 구성하는 핵심 제품인 주파수증폭기(RF power Amplifier)
와 전력용 반도체의 수요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 년간 레퍼런스를 구축한 톱티어(Top-tier) 업체들은 RF 솔루션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인프라, 방위 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성까지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아날로그 반도체 수혜 기업으로 텍사스인스트루먼트(TXN US)와 NXP반도체(NXPI US)를 꼽았다.
글로벌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 1위 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약 10만개의 제품과 4만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해 가장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업체로 평가된다. 네덜란드 아날로그 업체인 NXP반도체는 북미, 유럽 자동차 OEM들의 수요 회복이 가속화되면서 증산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네트워크설비투자비(Capex) 집행 계획에서 산업, 자동차 부문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어 유의미한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며 "NXP반도체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연초부터 전년대비 2배 이상 성장하고 있고 주요 자동차 OEM들과의 협력 확대로 수요 예측이 수월해졌다는 점에서 업종 내 최선호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