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임금협상 불발…노조가 걷어찬 '전기차 일감'

입력 2021-08-16 18:08
수정 2021-08-17 00:47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한국GM에 방문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12일 한국GM 부평본사 노사 단체교섭장. 노조 대표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 고위 임원의 방한이 취소된 이유를 따져 묻자 사측 대표는 “GM은 노사관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스티븐 키퍼 GM 수석부사장 등 최고경영진은 이달 한국GM 방문 일정을 잡 았다가 최근 취소했다. 지난달 26~27일 한국GM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노조 찬반 투표에서 절반이 넘는 51.15%(3441명)가 반대표를 던져 합의안이 부결된 데 따른 결정이다.

합의안은 기본급 월 3만원 인상, 일시·격려금 45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노조원 과반은 기본급 월 9만9000원 인상, 통상임금의 150% 성과급과 400만원의 격려금 지급 등 요구안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며 퇴짜를 놨다.

키퍼 수석부사장의 방한은 지난 6월 미국 디트로이트 본사에서 한국GM 노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약속이다. 그는 당시 “우리는 2030년 한국GM의 비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며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선 노사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국GM 노사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키퍼 수석부사장의 방한이 한국GM에 대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과 전기차 생산 배정 등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이날 교섭에서 “본사 최고경영진의 방문은 (한국에 대한 투자 결정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GM의 선물 보따리를 기대했겠지만 스스로 미래를 걷어찬 셈”이라고 지적했다.

GM 본사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달엔 안방인 미국에서 일본 도요타에 역전당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GM은 전기차 업체로 변신하기 위해 2025년까지 3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부는 미국 외 GM 공장에도 배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노조 파업으로 매년 공장 문을 닫는 한국GM을 위한 ‘몫’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임금협상이 먼저 타결돼야 한다”는 카젬 사장의 호소는 한국GM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