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없이 탄소중립" 외친 獨…석탄발전 의존 더 심해졌다

입력 2021-08-16 17:10
수정 2021-09-30 11:41
독일이 탈원전 정책으로 주변 국가들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발전을 줄인 만큼 석탄발전에 의존한 탓이다. 독일에서는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탈원전을 강조하고 있다.

16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00~2019년 독일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원전을 보유한 다른 유럽연합(EU) 국가 평균보다 43% 더 많았다. 프랑스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극명하다. 2019년 독일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52t으로 프랑스(4.81t)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프랑스는 원전으로 전력의 70% 이상을 공급한다.

독일의 탄소 배출량이 많은 것은 석탄발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석탄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의 23.8%를 차지했다. 석탄은 독일에서 풍력발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전력 공급원이다. 원자력발전은 10년 전 총발전량의 22%에 달했지만 지난해 11.4%로 쪼그라들었다. 미국경제위원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일의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 감소분은 석탄발전과 수입 전기로 대체됐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연간 12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한다.

독일은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제가 회복되면서 석탄 사용을 더 늘리고 있다. 독일 싱크탱크 아고라에네르기벤데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독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작년보다 4700만t 늘어날 전망이다. 1990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이 탈원전을 고집하는 한 2045년까지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이 탈원전을 강조하는 것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탈원전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했다. 원자로는 기존 17개에서 현재 6개만 남아 있다.

주변국들과 비교하면 독일의 탈원전 기조는 대세에 동떨어진 ‘나홀로 정책’이다.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탈원전 정책을 펴는 영국마저 새로운 원전을 건설 중이다. 폴란드도 2026년에 첫 원전을 세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독일 정치인은 9월 총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탈원전 정책에 기름을 붓고 있다.

탈원전에 반대하는 정당은 극우 성향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정치인들에게 원전을 되돌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