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암호화폐거래소들이 잇따라 ‘한국과 인연 끊기’에 나서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에는 해외 거래소도 한국인을 상대로 영업하면 국내 사업자와 똑같이 신고 의무를 진다는 조항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해외 거래소에 신고를 요구했지만 업체들은 서비스 중단을 선택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계열 라인이 미국에서 운영하는 암호화폐거래소 비트프론트는 한국어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종료하기로 했다. 비트프론트는 이달 중 페이스북·텔레그램·라인·이메일을 통한 한국어 마케팅을 중단한다. 다음달 14일에는 고객센터 한국어 서비스와 한국 신용카드 결제가 끊긴다. 회사 측은 “특금법에 따라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른 언어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도 한국인 대상 서비스를 대거 정리했다. 바이낸스는 지난 13일 “현지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한국에서 원화거래 페어, 원화결제 옵션, P2P(개인 간) 거래 신청, 한국어 지원 등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낸스는 “한국에서 공식 텔레그램을 비롯한 모든 소통 채널을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해외 유명 거래소인 FTX는 11일 홈페이지 언어설정 목록에서 한국어를 삭제했다.
해외 거래소에서는 국내 거래소에서 불가능한 고위험 거래를 할 수 있어 한국인 이용자도 적지 않다. 2분기 바이낸스 앱을 사용한 한국인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40만 명대로 웬만한 ‘토종’ 중소 거래소보다 많았다.
금융위는 지난달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한다고 판단되는 해외 암호화폐거래소 27곳에 서한을 보내 “특금법에 따라 9월 24일까지 사업자 신고를 하라”고 통보했다. 이들 27곳은 한국어를 지원하는지, 한국인에게 마케팅·홍보 활동을 하는지, 원화거래와 결제가 가능한지 등을 기준으로 선별한 것이다.
바이낸스와 FTX는 한국어와 원화만 삭제했을 뿐 한국인의 접속 자체는 막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해외 거래소에는 접속 차단, 형사 고발 등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국내 한 거래소 관계자는 “접속을 차단해도 가상사설망(VPN) 등을 통해 쉽게 우회할 수 있다”며 “암호화폐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모호한 조치일 수 있다”고 했다. 사무실과 서버가 국내에 없는 글로벌 거래소들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같은 기본적인 신고 요건조차 충족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