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반도체 보릿고개’였던 2분기에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쓰는 저력을 보였다. 현대차는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기아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현대차 분기 매출 30조원 돌파현대차는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103만1349대를 판매했다. 코로나19 기저효과와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5% 증가했다. 국내 판매는 11.0% 줄었지만 해외 판매가 73.6% 늘었다. 국내에선 투싼, 아이오닉 5, 제네시스 GV70 등이 선전했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감소 타격을 입었다. 반면 해외에선 기저효과에 주요 차종의 신차 효과가 더해졌다.
판매 증가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7% 증가한 30조3261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판매 증가가 원·달러 환율 하락 영향을 상쇄했다. 매출 원가율은 전년 동기보다 1.9%포인트 낮은 81.1%를 나타냈다. 인센티브 감소 효과가 지속된 덕분이다. 매출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비용 절감 노력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낮은 12.7%를 기록했다.
그 덕분에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9.5% 증가한 1조8860억원으로 집계됐다. 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3.5%포인트 상승한 6.2%를 나타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다 비우호적인 환율 영향에도 판매 증가와 수익성 중심의 판매로 영업이익이 회복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주요 국가 경기 개선과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수요 회복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공급 정상화 지연, 원자재 가격 상승, 3분기 영업일수 감소에 따른 글로벌 재고 부족 등은 걸림돌이다.
현대차는 GV70, 싼타크루즈, 제네시스 G80 전기차 등 주요 신차들을 내세워 수익성 개선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아이오닉 5 생산 정상화를 통한 판매량 확대 등으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기아 영업이익 1.5조 사상 최대기아는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46.1% 증가한 75만4117대를 판매했다. 국내 판매는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집중된 전년 2분기 대비 8.2% 감소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영향도 있었다. 그러나 해외 판매가 전년 대비 70.9% 늘며 반전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유럽, 인도, 중남미 권역 수요 반등과 북미 권역 시장 회복 덕분이다. 여기에 쏘렌토, 카니발 등 주요 신차 인기에 힘입어 판매를 늘렸다.
2분기 매출은 18조33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3% 늘었다. 코로나19 기저효과에 쏘렌토, 카니발 등 고수익 레저용차량(RV)과 K8 등 신차 판매가 늘어난 결과다. 매출 원가율은 판매 증가, 평균 판매 가격 상승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포인트 개선된 81.3%를 기록했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2분기 영업이익은 1조4872억원으로 924.5%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6.8%포인트 증가한 8.1%를 기록했다. RV 판매 비중(중국 제외)이 전년 동기 대비 2.8%포인트 상승한 56.5%를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기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수요 급등과 고수익 신차 판매 확대로 수익성 개선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이 완화되고 있지만 일부 품목은 3분기에도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기아는 전망했다. 대체소자 확보, 연간 발주를 통한 선제적 재고 확보, 부품 현지화율 확대, 공급 업체 다변화, 생산 계획 조정 등으로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기아는 하반기에도 쏘렌토, 카니발 등 고수익 RV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최근 국내에 먼저 출시된 신형 스포티지와 3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첫 전용 전기차 EV6로 RV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일 방침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