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샤인머스캣 대박에, '원조' 일본의 굴욕

입력 2021-08-15 17:45
수정 2021-08-23 15:37
일본이 개발한 과일 품종이 한국 농가의 주력 수출품으로 떠오르는 사례가 잇따르자 일본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샤인머스캣은 일본이 개발한 포도 품종인데도 한국의 수출 규모가 일본의 5배”라며 “일본산 과일 품종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다”고 15일 보도했다.

한국과 일본의 포도 수출은 2019년 처음 역전된 이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산 샤인머스캣의 수출 호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의 포도 수출액은 약 8억엔(약 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배로 늘었다. 이 중 90%를 샤인머스캣이 차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포도 수출 규모는 1억4700만엔에 그쳤다.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도 한국이 1800헥타르(㏊)로 종주국 일본(1200㏊)을 넘어섰다.

샤인머스캣은 껍질째 먹는 씨 없는 청포도다. 일본의 국립 농업연구개발법인이 30여 년에 걸쳐 품종을 개발한 뒤 2006년 일본에서 정식 등록했다. 당도가 18브릭스(Brix)로 일반 캠벨 포도보다 4~5브릭스 높아 3~4배 비싼 값에 팔린다.

일본 정부는 샤인머스캣의 수출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국에는 품종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 농가는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샤인머스캣을 기를 수 있게 됐다. 일본 정부는 2016년에야 샤인머스캣의 해외 유출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포도 외에도 딸기 감귤류 등 일본이 개발한 30종 이상의 과일 품종이 한국 등 해외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산 과일 품종이 외국의 주력 수출품이 되는 현상은 일본의 농수산물 수출 정책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농수산물 수출 규모를 2025년 2조엔, 2030년 5조엔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수출액은 9217억엔으로 2019년 수출 목표(1조엔)도 달성하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종묘법을 개정해 일본산 과일 품종의 해외 유출을 금지한 바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