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중신궈지(SMIC)가 요건 미달로 상하이·홍콩거래소 교차매매 종목에서 퇴출됐다. 금융당국이 핵심 국유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지면서 SMIC 주가는 급락했다. 홍콩증시 상장폐지와 외국인 투자 제한 등의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상하이거래소는 16일부터 상하이·홍콩 교차매매 시스템인 후강퉁에서 SMIC를 제외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상하이거래소 과학기술기업 중심 시장인 커촹반과 홍콩거래소에 중복 상장돼 있다. 소식이 알려진 지난 13일 SMIC 주가는 커촹반에서 6%, 홍콩증시에서 4% 하락했다. 상하이거래소는 홍콩에 상장돼 있는 SMIC의 법인 등록지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케이맨제도여서 후강퉁 거래 요건에 미달한다고 설명했다.
SMIC는 2004년 미국 뉴욕과 홍콩증시에 중복 상장했다. 당시 상장 편의를 위해 케이맨제도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이 회사는 미·중 갈등이 깊어지던 2019년 뉴욕증시 상장을 자진 폐지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상하이증시에 입성했다.
SMIC는 중국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이다. 중국은 SMIC를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기업으로 지정하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정부 지분율은 20% 안팎이다.
SMIC가 홍콩과 상하이증시에 모두 상장돼 있기 때문에 후강퉁에서 퇴출된 것만으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주가가 급락한 것은 중국 정부의 추가 조치가 예상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금융당국이 페이퍼컴퍼니 구조를 문제 삼은 것을 고려할 때 홍콩증시 상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은 작년 하반기부터 빅테크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자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해외에 상장하기 위해 이용해온 페이퍼컴퍼니 구조를 손볼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SMIC가 ‘본보기’로 페이퍼컴퍼니 구조 해소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많다.
중국이 자국 핵심 기업 보호 차원에서 홍콩증시 상장을 폐지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CATL, 맥스센드 등 주력 산업 기업 상당수를 외국인 투자 제한 기업으로 묶어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