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계열사 총동원…그린암모니아 독자 밸류체인 구축

입력 2021-08-15 17:00
수정 2021-08-16 00:45
롯데가 친환경 수소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 ‘그린암모니아’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그린암모니아는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활용해 제조한 암모니아를 뜻한다.

롯데는 그린암모니아 생산부터 운송, 유통, 수소 추출 및 최종 활용까지 그룹 계열사들이 주축이 된 독자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그룹 단독으로 그린암모니아 사업에 나서는 것은 롯데가 처음이다.

해외 그린수소 생산거점 구축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030 수소 성장 로드맵’의 일환으로 해외 발전·에너지업체 대상 지분 투자 및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한 해외에서 그린수소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서다. 앞서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지난달 13일 2030년까지 4조4000억원을 투자해 연 44만t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롯데는 해외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수소는 부피가 크고 폭발성이 강한 데다 액화하려면 극저온(영하 253도) 냉각이 필요해 이송과 저장이 까다롭다. 이를 보완해주는 것이 암모니아다. 암모니아(NH3)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화합물이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한 다음 국내로 들여온 뒤 다시 수소를 추출하는 게 가능하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쉽게 액화되고, 액화수소 대비 단위 부피당 수소 저장용량이 1.7배가량 크다.

롯데케미칼은 액화수소 형태로 운반하는 비용이 2030년께 ㎏당 1800~1900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암모니아로 변환하면 비용이 ㎏당 1700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6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암모니아 운송 방식이야말로 가장 경제성이 좋고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롯데, 암모니아 구매 규모 글로벌 빅3해외에서 생산한 수소를 국내로 들여오는 일은 그룹 물류 자회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맡는다. 한국조선해양이 개발할 예정인 암모니아 연료추진 선박을 활용해 국내로 실어나른다. 국내 유통은 롯데정밀화학이 전담한다. 국내 유통이야말로 롯데가 그린암모니아 사업의 성공을 확신하는 가장 큰 이유다. 롯데정밀화학은 국내 암모니아 유통량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암모니아 구매 규모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

롯데정밀화학은 울산에 93만t 규모의 국내 최대 암모니아 저장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저장탱크만 8기에 달한다. 중동, 미주 등에서 들여오는 암모니아를 저장탱크에 저온 저장한 뒤 인근 수요처에 지하배관을 통해 대량 공급하는 유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기존 유통망을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어 손실률도 적다.

롯데케미칼은 국내로 들여온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해 수소충전소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SK가스와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합작법인(JV)을 연내 설립하기로 했다. 수소 충전소는 SK가스의 전국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와 롯데그룹의 물류센터 및 부지 등을 활용해 확충하기로 했다. 충전소에 저장한 수소는 정유, 철강, 반도체 등 산업용뿐 아니라 수송용으로 대량 판매할 방침이다. “롯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롯데그룹은 국내 각 분야 기업과 지난 5월과 7월 잇따라 그린암모니아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생산부터 운송, 수소 추출, 최종 활용까지 각 분야의 대표기업이 연합체를 구성했다. 롯데 관계자는 “그린암모니아는 롯데가 단독으로도 빠른 시간에 사업화할 수 있는 분야”라며 “생산 운송 유통 활용 등 모든 부문에서 독자 밸류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경쟁 업체보다 뒤늦게 수소 로드맵을 내놓은 것도 그린암모니아 등 실현 가능성이 높은 사업계획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강경민/남정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