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의 배우, 320여벌의 의상으로 선보이는 '무언의 무대'

입력 2021-08-15 17:00
수정 2021-08-16 00:27

20명의 배우가 320여 벌의 의상을 갈아입고 말없이 연기한다. 14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성산동 문화비축기지 T2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총체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은 거대한 침묵 속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이 작품은 극단 무천이 창단 3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첫 번째 공연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 지원 사업인 ‘공연예술창작산실’의 ‘올해의 레퍼토리’로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관객모독’ ‘베를린 천사의 시’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극작가 겸 소설가 페터 한트케의 동명 작품을 각색했다.

한트케는 텅 빈 광장에 상주하는 노숙자의 시선에 비친 수많은 인간 군상을 통해 현대인의 삶과 시대적인 문제를 성찰한다. 인간의 실존적 외로움과 불안을 ‘무심함에서 화합과 화해로 나아가는 시간’으로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작품에선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세대를 망라한 스무 명의 배우가 두 시간 동안 320여 벌의 옷을 갈아입는다. 평소 서로 지나치면서 바라본 인간 군상, 삶의 풍경, 시대의 상처와 흔적을 침묵으로 표현한다. 원로배우 권성덕, 정동환을 비롯해 정혜승, 정재진, 김선화, 곽수정, 이유정 등이 캐스팅됐다. 박정자, 김명곤, 남명렬, 최수진, 박미용 등 연극계 대표 배우들도 특별 출연한다. 무용가 박호빈, 비디오 아티스트 겸 무용가 박진영, 성악가 겸 배우 권로, 미디어 아티스트 김태은, 작곡가 신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인물들도 참여한다.

연출은 비언어극으로 정평 있는 김아라가 맡았다. 김 연출은 일본 작가 오타 쇼고의 침묵극 ‘정거장 시리즈’를 무대에 올렸고 그에 앞서 1993년과 2019년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선 이를 수정·보완해 무대에 올린다.

극단 무천 관계자는 “마치 위에서 4차원적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연출, 빛과 영상, 음향 등으로 관객의 모든 감각을 일깨운다”며 “이를 보고 듣는 것만으로 황홀한 교감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