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미(22·사진)는 2020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경기를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 “커리어를 재설계할 정도였다”고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서 뛰는 것을 ‘버킷 리스트’에 추가한 것이다. 올림픽에 나서려면 세계랭킹이 높아야 한다. 그러자면 세계랭킹 포인트 배점이 높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이 필수다.
선수 인생의 목표를 다시 세운 이소미가 하반기 첫 대회부터 멀지만 새로운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이소미는 15일 경기 포천 대유몽베르C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대유위니아 MBN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6개를 기록해 8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01타를 기록해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1억4400만원을 차지했다.
이로써 이소미는 지난 4월 시즌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시즌 2승, 통산 3승째를 신고했다. 올 시즌 다승을 올린 선수는 박민지(6승)에 이어 이소미가 두 번째다. 이소미는 상금랭킹에서도 지한솔(25)을 제치고 4위(4억2846만원)로 올라섰다. 이소미는 “중계 카메라가 따라오지 않아 선두권에 있는 줄 전혀 몰랐다”며 “이 덕분에 부담 없이 경기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소미는 이번 대회 전까지 그린 적중률 14위(75.24%), 페어웨이 안착률 12위(80.07%),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13위(249.04야드) 등 투어 최정상급 샷 감각을 뽐내면서도 시즌 1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스스로 퍼팅이 문제였다고 진단했고, 올림픽 휴식기 동안 닥치는 대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정상급 선수들의 퍼팅을 보고 연구하며 따라 했다.
‘특훈’ 결과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나타났다. 6번홀(파5)부터 짠물 퍼팅을 내세워 3연속 버디를 잡았다. 7번홀(파4)에선 평소 자신 없었던 2.5m 거리의 버디 퍼트, 8번홀(파3)에선 약 4.5m 버디 퍼트를 연달아 성공했다. 11번홀(파4)에선 6m가 넘는 중거리 퍼트로 버디를 추가했다.
승부처는 14번홀(파5)이었다. 두 번의 샷으로 그린에 공을 올린 그는 4m가 넘는 까다로운 이글 퍼트를 홀 안에 꽂아 넣고 단숨에 우승 후보로 올라섰다. 15번홀(파3)에서 1.5m, 16번홀(파4)에서 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샷 이글을 포함해 7타를 줄인 임희정(21)이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7번홀(파4)에서 홀까지 123야드가 남은 상황에서 시도한 두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넣었다. 전반에 3타, 후반에 4타를 줄였고 올 시즌 여덟 번째 톱10 성적을 냈다.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채 임희정과 동률을 이룬 김새로미(23)가 준우승을 나눠 가졌다.
단독 선두로 3라운드를 시작한 안나린(25)은 1타를 잃고 합계 9언더파 공동 15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날 하루에만 8타를 줄여 이소미와 함께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적어낸 2021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우승자 임진희(23)는 최종합계 10언더파 공동 9위를 기록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