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이 광복절 기념식에서 “대한민국은 민족 정통성 궤도에서 이탈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故) 백선엽 장군을 친일파 혹은 반(反)민족 행위자로 규정하는 한편 현 보수 야권을 겨냥해 “(이들이) 대한민국 법통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믿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 회장은 15일 서울 통일로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에서 진행된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사전 녹화된 경축사를 보내 “한국 사회의 모순은 친일 미청산과 분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친일·반민족·족벌 언론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왜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김 회장은 “우리 국민은 독립운동의 연장 선상에서 친일 정권과 맞서 싸웠다”며 역대 보수 정권들을 친일 혹은 반민족 정권으로 규정하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 회장은 “4·19혁명으로 이승만 친일정권을 무너뜨렸고 국민 저항의 정점에서 박정희 반민족 군사 정권은 자체 붕괴됐다”며 “전두환 정권은 6월 항쟁에 무릎 꿇었고 박근혜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탄핵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친일에 뿌리를 둔 역대 정권을 무너뜨리고 또 무너뜨리고 또다시 무너뜨리고 처절하지만 위대하고 찬란한 투쟁의 반복된 승리로 이렇게 우뚝 선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백선엽 장군은 친일파로 규정했다. 김 회장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내각에서 독립운동가들이 하나씩 제거됐고 친일파 내각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는 “윤봉길 의사가 상해 홍구공원에서 던진 폭탄에 숨진 일본 육군 대신이 사라카와 요시노리인데 얼마나 그를 흠모했는지 창씨개명을 했다”고 주장하며 “백선엽이 국군의 아버지라면 우리 윤봉길 의사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보수 야권을 정면으로 겨냥한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김 회장은 “민족 배반의 대가로 형성된 친일 자산을 국고 귀속시키는 법의 제정에 반대한 세력, 광복절 폐지하고 건국절 제정하자는 세력, 친일 교과서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에 가르치자는 세력, 이런 세력은 대한민국 법통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이들에게 분노할 줄 아는 젊은이들의 정의감을 믿는다”며 “아들 딸 손자 손녀의 앞길을 가로막는 절망의 불공정 사회를 만들어온 친일 반민족 기득권 세력의 편에 설 참어른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박정희 정부 시절이던 1971년 여당인 민주공화당 당직자로 정치권에 처음 발을 들인 뒤 1988년엔 전두환 정부 당시 여당이던 민주정의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2000년 한나라당 후보로 처음 당선된 정치인 출신이다. 2019년 광복회장에 당선된 이후 각종 반미·친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김 회장은 지난달 “한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한국인을 무시한 맥아더를 비판해야 한다”며 “반민족 기득권 세력에게는 맥아더가 은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5월 경기 양주백석고 학생 대상 강연에서 “소련군은 해방군, 미군은 점령군”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공개돼 논란을 일으킨데 대한 반박이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