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세계 최대 언론단체인 세계신문협회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눈길 끄는 대목은 “개정안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한국 정부는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이 될 것”이란 뱅상 페레뉴 협회 회장의 직격탄이다. 대북전단금지법에 이은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로 한국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권위주의 국가로 낙인찍힐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42위 수준인 한국의 언론 자유도가 내년엔 훨씬 추락할지도 모를 판이다.
국민의힘과 6대 언론단체는 물론 친정부 성향의 정의당과 시민단체들, 국회입법조사처와 문화체육관광부까지 ‘전례 없고 과도한 입법’이라고 지적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독소조항과 위헌적 요소로 가득하다. 개정 요지는 ‘언론이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로 재산상 손해를 입히거나 인격권을 침해했을 때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책임을 물릴 수 있다’는 것인데, ‘허위·조작’ 기준부터가 모호하다. 법정에서 이를 판별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 결국 권력 비판 보도를 막는 ‘재갈’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고의나 중과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언론사에 지웠다. 이러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제2 최순실’ ‘제2 윤미향’을 추적하는 언론의 권력 감시가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주주 등은 손배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제외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극히 부분적인 보완이고, 여론 돌파용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은 ‘꼼수 분칠’ 시도를 그만두고 법안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손해배상, 명예훼손죄 처벌이라는 현행 법제를 통한 피해 구제가 어려운 현실이 있다면, 법제를 더욱 세밀하게 정비하고 언론계는 자정노력을 강화하는 게 먼저다. 그런 고민 없이 제조물책임법 등에서 발전된 징벌적 손배제를 손쉽게 도입하겠다는 것은 그 취지에 비해 과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2차 대전 이후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발전시킨 유일한 나라라는 칭송은 사라지고, ‘중국식 전체주의’를 닮아간다는 국제사회 비판을 듣게 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