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빌딩 꽉 차니, 테헤란로·성수로 눈돌리는 IT기업들

입력 2021-08-13 17:51
수정 2021-08-14 00:59
경기 성남 판교의 오피스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일부 게임회사·e커머스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서울 오피스빌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상장한 크래프톤은 지난 6월 본사를 판교에서 서울 역삼역 인근 센터필드(8개 층)로 옮겼다. 판교에는 자회사인 블루홀스튜디오와 일부 개발 인력이 남았다. 크래프톤은 서울에 신사옥 마련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650억원 규모의 성수동 부동산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성수역과 건대입구역 사이에 있는 면적 2318㎡ 규모의 공장 건물로, 크래프톤은 앞으로 이곳에 신사옥을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판교에 본사 사옥이 있는 스마일게이트도 지난 3월 강남 테헤란로의 대형 오피스빌딩을 인수했다. 인수가격이 3.3㎡당 3500만원(총 2000억원)으로, 당시 단위면적당 최고가를 기록했다. 넥슨의 자회사인 네오플도 지난해 역삼동에 서울 오피스를 열었다. 라인게임즈와 게임 기반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블록스 역시 최근 테헤란로 근처에 사무실을 냈다.

소셜커머스 기업인 쿠팡은 강남에서 사무실을 연이어 확장 중이다. 잠실 타워730의 지상 8층부터 26층까지 19개 층을 사용하는 쿠팡은 최근 들어 잠실 일대 오피스빌딩들에 사무실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선릉역 인근 HJ타워의 17개 층도 추가 계약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잠실 일대 오피스빌딩은 쿠팡 계열이 다 채우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쿠팡은 사무공간 부족으로 이사가 잦자 사옥 매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마켓컬리도 올해 논현동 이래빌딩에서 테헤란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건물 7개 층으로 확장 이전했다. 2019년 300명대이던 직원이 작년 말 1000명을 넘기며 본사와 인근 공유 오피스로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IT 기업들이 서울에서 빌딩 매입 경쟁을 벌이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IT 기업들이 다음 단계로 사옥을 찾고 있지만 매물 자체가 없다”며 “아예 적당한 부지에 사옥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