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 지난해 말에 이어 또다시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국제선 수요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비상시 사용할 현금을 서둘러 확보하기 위해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기안기금을 지원받기 위해 산업은행과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 지원은 이르면 다음달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총 지원 금액은 1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321억원의 기안기금을 연 2.98% 금리로 지원받았다. 이와 별도로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제주항공에 1000억원가량의 긴급 정책자금을 빌려줬다. 코로나19 여파로 제주항공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358억원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15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잇단 영업손실로 제주항공은 자본 잠식상태에 빠졌다. 제주항공은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를 액면가 10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 추진안을 의결했다.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이 1924억원에서 384억원으로 줄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날 임시 주총에서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해 발행주식 총수를 기존 1억 주에서 2억 주로 늘리는 정관 변경도 의결했다. 유상증자만으로는 비상시를 대비한 현금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제주항공 관계자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면 매 분기 수백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만 1753억원에 달한다.
기안기금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제주항공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다른 LCC들은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인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진에어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 하반기에 108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750억원의 영구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에어부산도 지난달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